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오줌 누는 소년상

얘야, 우리가 예술품을 볼 때 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며칠 전 '어린이날'을 보내고 나니, 문득 이야기가 떠오르는구나.

너도 보았을 것이다. 곱슬머리의 한 작은 소년이 무릎을 굽힌 채로 몸을 약간 뒤로 젖힌 채 힘주어 오줌을 누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오른손으로는 허리를 짚고 왼손으로는 고추를 들어 올린 채 용을 쓰고 있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미소를 머금게 되지.

이 소년상의 원형은 유럽 벨기에의 서울 '브뤼셀' 한복판의 대광장(大廣場)에 있단다. 이 소년상의 이름은 '마네킹 피스'(The Manneken Pis) 즉 '평화의 인형상'이래.

이 소년상이 세워지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단다. 17세기 초 브뤼셀 광장에서는 스페인군과 벨기에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단다. 스페인군이 벨기에로 쳐들어온 거야. 이에 양편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총을 겨누고 있었어.

군사들이 마주 보고 있는 광장에는 불이 나서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고…. 그런데 난데없이 전쟁고아로 보이는 한 소년이 벌거벗은 채로 광장에 달려나와 불길을 향해 오줌을 누는 것이었어. 어서 불이 꺼지라는 듯이….

양쪽 군대는 눈에 불을 켜고 있었지만 잠시 총 쏘기를 멈추고 소년이 오줌을 다 누기를 기다렸단다. 전쟁이 잠시 중단된 것이지. 아무리 전쟁이 무섭다고 해도 오줌을 누고 있는 소년에게까지 총질을 할 수는 없었던 거야.

병사들은 이 소년을 바라보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았어. '아, 나도 어렸을 적에는 저렇게 오줌을 누곤 하였지.' 병사들은 그 소년으로 인해서 잠시 행복했던 어린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었어.

이윽고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이 모습을 잊지 못해 오줌 누는 소년상을 이 광장에 세우기로 하였대. 그리하여 1619년 시의 의뢰로 벨기에의 조각가 제롬 듀케노아(Jerome Duquenoy)가 설계를 해 분수 공원이 만들어졌는데,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분수가 되었단다.

그 뒤에 이 소년상은 프랑스군이 빼앗아갔는데 원망이 빗발치자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소년상을 돌려보내면서 아무리 동상이라고는 하지만 벗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옷을 함께 보내어 왔대. 그러자 세계 각국에서많은 옷이 모여들었고….

벨기에 정부는 이 옷을 모아 가난한 전쟁고아들에게 나눠 주었단다. 그 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오줌 누는 소년상을 본뜬 조각품을 많이 만들어 세우게 되었대.

그래, 사람들이 아무리 전쟁을 해도 이처럼 가슴 밑바닥에는 평화를 그리는 마음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구나.

심후섭 교육학박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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