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으로 60년 맺힌 한을 풀었습니다. 남편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할 겁니다."
의성 안평면에 사는 손순분(80) 할머니. 그는 지난 1961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 권규호 씨의 한을 풀기 위해 50여 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남편 권 씨는 6'25 당시 부상을 입고 대구국군통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의가사제대를 했다. 제대 후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했지만 국가유공자 인정은커녕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손 할머니는 그동안 관계기관에 수차례에 걸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소명 자료가 부족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50여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해 포기하고 있던 지난 3월 25일, 손 할머니에게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의성경찰서 안평파출소 이기성(51) 경위가 우연히 손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가 손 할머니 남편의 기막힌 사연을 접하고 "할머니 남편의 명예를 찾아주겠다"며 나서준 것이다.
이 경위는 곧바로 안평면사무소와 박원규 예비군 안평'신평면 대장을 찾아 손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이 경위는 육군본부와 병무청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자료를 찾으려면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답변만 듣게 됐다. 이 경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군본부 및 병무청을 직접 방문하는 한편, 수차례에 걸쳐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그러던 중 이달 2일 이 경위에게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손 할머니의 남편이 1952년 1월 경북 영천전투에서 부상을 당했음을 확인해주는 통지가 육군본부에서 온 것이다.
손 할머니가 남편이 강원도 어느 전투에서 포탄에 맞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잘못 알고 해당 서류를 제출, 그동안 국가유공자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7일에는 화랑무공훈장 대상자로 추서됐다는 기쁜 소식도 왔다. 이 경위와 박 대장의 노력으로 손 할머니는 이제 국가유공자 미망인으로 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손 할머니는 "여러 분들의 노력 덕분에 뒤늦게나마 남편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이제서야 60년 맺힌 한을 풀게 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 경위는 "늦게나마 할머니의 맺힌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어느 경찰관이라도 이런 사연을 들었다면 당연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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