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관광버스업계 사상 최악의 공황상태

세월호 참사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특히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 희생은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이라 마음이 무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들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기고 사회가 위축돼 관광, 운송, 숙박, 요식업 등 내수경제가 침체되고 서민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전국을 뒤덮은 애도 물결에 지역 축제와 민간행사, 단체여행은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이번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전세버스업계는 사고 이후 공황상태로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경제 불황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교육부의 '1학기 수학여행 취소' 지시로 시작된 경제적 파장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신종플루의 관광 취소 등과는 비교될 수 없는 매머드급 '경제 쓰나미'다. 교육부는 관광전세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행정지침을 통해 1학기 수학여행만을 취소하고, 창의적 체험과 현장 체험학습은 일정대로 진행하라고 했지만, 일선 학교들은 차량을 동원한 행사 자체를 '방어적 안전' 차원에서 예약 취소하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당국의 수련활동 및 숙박형 현장체험 등의 줄 이은 취소와, 기관 및 민간단체의 행사 취소 등으로 전세버스 임대 예약 및 계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어 전세, 관광, 숙박업계가 극심한 침체현상으로 연쇄 도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세버스업계는 비'성수기 등의 계절적 수요가 분명한 업종이어서, 봄'가을 성수기에 총 차량 가동률을 100%로 겨울과 여름 비수기 적자를 메워야 한다.

지역경기 침체와 6'4 지방선거 여파로 절대수요가 축소된 가운데 이번 세월호 침몰 여파는 대구 전세버스업체 50여 개, 전세버스 약 2천여 대 중 80% 이상의 계약이 전면 취소되는 등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수송 등의 행사 취소와 인건비, 보험료, 캐피탈 할부금 등 연간 단기손실액은 125억원, 매출감소 피해액이 약 600억원에 이른다.

교육부가 '1학기 수학여행 전면 취소, 취소 위약금 정부가 지급'이라고 했지만 입찰계약의 특정 규정상, 현실적으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 또한 전세버스업계는 학생단체 수송이 전체 매출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고, 각 일선 학교의 학생단체 수송의 경우에 우선 배차하는 관행이 있어 일선 학교의 줄 이은 계약취소로 업계에선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재난 사고의 여파는 전세업체뿐만이 아니라, 관련 산업과 종사자, 그리고 지역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깊은 불황의 늪으로 서서히 빠져들게 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성 있는 재정지원과 다각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5월 7일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에 대해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9일 최근 소비 위축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긴급민생 대책회의'가 열려 앞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대구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은 사고 직후 50개 회원사에 운전자 음주운전 엄금, 고령운전자 채용 지양, 출발 전 안전점검 등 업체 및 운전자 교육 실시로 전세버스 안전 강화 대책을 시달했다.

또 전국연합회를 통해 국토부에 조세 및 캐피탈 할부금 유예 요청, 2/4분기 부가세 감면조치, 교육부의 상반기 수학여행 취소 완화 요구, 전세버스 경영타개 방안을 건의했다. 대구시에 긴급 재정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8일 긴급대표자 회의와 이사회를 거쳐 50개 회원사 조합비 3개월분(7천77만원)을 감면하기로 결의하고, 현재 처한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로 다짐했다.

안성관/대구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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