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설양액재배' 'LED조명 이용' '복숭아 덕시설' '온수커튼' ….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는 낯선 용어들이지만 모두 원예농업 분야의 신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신기술 농법들에 도전한 농업인들이 부농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수확량'과 '노동력 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다
"구두 신고 양복 입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김천시 조마면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최준호(39) 씨. 그는 지난해 새롭게 꾸민 딸기 고설양액재배 하우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고설양액재배'란 쇠막대를 이용, 땅에서 1.2~1.5m 높이에 재배상을 설치, 수경 재배하는 방식의 신기술 농법을 말한다.
고설양액재배는 토경(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에 비해 약 2.5배의 수확을 할 수 있는데다 쪼그리거나 허리를 굽혀 작업하던 재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수확 작업 시 노동력을 약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최 씨도 처음 딸기 재배를 시작할 때는 토경 재배를 했었다. 하우스 딸기의 첫 수확철인 11월부터 시작해 수확이 끝나는 5월까지 허리를 숙이고 딸기를 따내는 작업은 그야말로 인내의 연속이었다. 허리를 숙인 힘든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기에 외부에서 사람을 구해야 수확이 가능했다.
최 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천시농업기술센터에 지원을 요청했다. 머리를 맞댄 끝에 내린 결론은 '고설양액재배'였다.
최 씨는 지난해 5동의 딸기 재배 하우스에 자부담과 국'시비 지원금을 포함해 5천여만원을 투자했다. 토경 재배를 하던 하우스 바닥을 다진 뒤 부직포를 깔았다. 그 위에 쇠막대를 이용해 재배상을 설치하고 배지와 양액 시설을 준비했다.
첫 시도라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직 새로운 재배법에 익숙해지지 않아 다른 농가처럼 2배 이상의 수확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1.5배 정도 수확량이 늘어났다. 더 큰 변화는 수확량이 늘어났음에도 외부 일손을 빌리지 않고 부부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노동력이 절감된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흙이 묻어나지 않는 깨끗한 재배 환경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체험활동 수요를 끌어들여 부수입도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딸기 수확 체험을 할 수 있고 환경이 깨끗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의 유아시설에서 체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체험을 다녀간 시설에서도 내년에도 꼭 오고 싶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
신기술 농법이 적용된 최 씨의 하우스를 지켜본 주변 농업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 씨는 신기술이 부농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올해 경북도농민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좀 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다.
◆16개 분야 100곳에 신기술 농법 도입
김천시 조마면에서 풍란과 동양란을 조직배양으로 재배하는 강호진 씨. 그도 지난해 난 육묘상에 LED 조명을 설치했다.
그동안 형광등을 이용해 난을 키워왔는데 평균 6개월이면 등을 갈아줘야 했다. 그러나 LED 조명을 설치한 후에는 이런 걱정을 잊어버렸다. 업체가 보증한 LED 조명의 수명은 7~10년, 지난 한 해 동안 조명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더불어 전기료도 줄었다. 66㎡ 규모의 4단 재배사를 132㎡로 늘렸음에도 월평균 70만원이던 전기료가 오히려 30만원으로 줄었다. 시설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전기료가 4배 이상 줄어든 셈이다.
난의 재배 기간도 짧아졌다. 난의 재배 특성상 조직배양 후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했다. 그러나 LED 조명 설치 후에는 난이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아직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약 1.5배 정도 성장 속도가 늘어난 것으로 추측됐다. 여유가 생긴 강 씨는 거래처를 늘리려고 준비 중이다. 예전에는 충분히 생산할 수 없어 기존 거래처가 주문한 양을 맞추기 급급했었다. 강 씨는 LED 조명을 이용한 난 재배기술이 부농의 꿈을 실현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최 씨나 강 씨처럼 신기술농법에 도전하는 농업인이 늘어나자 김천시는 원예작물(과수'채소'화훼) 신기술 보급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도 원예 분야에 국'도'시비를 투입해 16개 분야 100곳에 새 기술 보급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채소 안정생산 및 품질향상 유도, 과수 국내 육성품종 확대보급, 화훼 국내 육성품종 및 비용절감 기술보급을 사업목표로 농촌진흥청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단계별 시연회, 평가회 등을 통해 인근농가에 새 기술이 조기 확대될 수 있도록 현장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김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가 재배기술 향상과 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특화작목인 포도, 자두의 우수성을 대외에 홍보하고 있다"며 "지역 농산물 품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도 보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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