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병언 회장 일가의 수사 거부, 가소롭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가족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종교시설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는 수백 명의 구원파 신도들이 모여 유 회장의 장남 대균 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항의했다. 이들은 '종교탄압 계속되면 순교도 불사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검찰 수사를 '종교탄압'과 '기업사냥'으로 호도하면서 검찰청 앞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어이없는 여객선 침몰 사고로 수백 명의 젊은 학생과 승객을 잃고 큰 슬픔에 잠겨 있는 국민정서는 유 씨 일족과 구원파 신도들의 이 같은 행태에 또다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돈벌이에 눈먼 유 씨 일가의 상습 과적이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에서 매달 1천5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계열사를 통해 컨설팅비와 수수료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챙겼으며, 아마추어 사진 작품을 수억 원씩 받고 판 사실도 들통났다.

그의 장남과 차남 또한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유 씨 일족이 세월호 침몰과 무관치 않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종교를 핑계로 초법적인 집단 행세를 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미증유의 참사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려는 검찰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국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자 국민 멸시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정녕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검찰에 나와 조사에 응하면 될 것이다. 억울한 부분이 있거나 종교탄압의 여지가 있다면 이 또한 검찰에서 정당하게 소명하면 될 일이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는 아직도 수십 명의 실종자가 남아있으며, 진도 팽목항의 통곡도 계속되고 있다. 유 씨 일족이 참된 종교인이고 바른 기업인이라면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는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한 혐의에 대해 수사받아야 한다. 국가의 정당한 수사에 대거리하고, 진상 규명을 외면하며, 신도들을 방패로 삼아 그 뒤에 숨는 행위는 더 큰 국민적 저항을 초래할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