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20년째 전국 꼴찌이다. 긴 세월 수구(守舊)의 중심이란 오명도 듣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떠나고 있다. 국내 3대 도시란 자긍심은 빛바랜 교과서에서나 찾아야 한다. 대구 현실은 갑갑하다. 미래는 낙관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중요하다. 활력 잃은 대구에 혁신을 불어 넣는 기회이다. 드라마 같은 반전을 꾀해야 한다. 시민들의 열망도 뜨겁다. 새누리당 시장 후보 경선 때 분위기를 확인했다. 후보 모두 변화를 외치고 있다. 권영진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혁신을 내세워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는 '한번 바꿔보자!'라는 슬로건으로 대구를 흔들고 있다.
차기 대구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삼삼오오 모이면 시장 선거 얘기부터 꺼낸다. 과거엔 조심스럽던 야당 후보 지지 발언도 대놓고 한다. 변화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다.
시민들은 어떤 사람이 대구시장이 되길 바랄까? '대구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다. 예비후보들은 ▷남부권 신공항 조성 ▷대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국가산업단지 활성화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시장 후보로서는 소홀할 수 없는 시급한 사안들이다. 후보들 모두 나름의 대안과 전략을 갖고 출마선언을 했으리라 믿는다.
대형 정책만 중요한 게 아니다. 대구 혁신의 불씨는 차기 시장의 마음가짐에서 피어난다. 시장 후보들에게 몇 가지 당부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시장이 되려면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 시장 일정의 변화이다. 판박이 축사만 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말기를 제안한다. 대신 지역발전을 논의하는 곳에선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밤을 새우더라도 토론을 함께해야 한다.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에게는 단체의 행사를 무시할 순 없겠다. 하지만, 더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눈도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좋은 시정으로 평가받으려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둘째, 공감을 전제로 한 소통이다. 일방통행식이 아니다. 이벤트는 필요 없다. 진정한 마음을 내비치면 시민들이 먼저 마음을 연다. 동물원 이전 같은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도 그런 자세로 풀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친근한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후보 시절처럼 전통시장, 대학가, 복지시설 등을 자주 찾아야 한다. 넘어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희망한다.
셋째, 상생과 협력의 중재이다. 대구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조력자가 필요하다. 시장, 시청만의 힘으로 지역 혁신을 이끌 수 없다. 대학과 대구시교육청, 대구상공회의소 등 기관'단체와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경찰청, 고용노동청, 환경청, 중소기업청 등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장 주재 간부회의 형식도 바꿔보자. 시청에서만 회의해야 하나? 교육 관련 회의는 시 교육청에서, 청년취업 관련 회의는 대학 캠퍼스에서 하자. 이렇게 개방형 회의를 하면 싱싱한 정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관련 기관'단체들도 손을 잡아줄 것이다.
넷째, 브리콜뢰르(bricoleur) 리더십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저서 '야생의 사고'에서 쓴 용어이다. 브리콜뢰르는 한정된 재료와 도구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해 창의적인 것을 만드는 인재이다. 대내외 여건이 열악한 대구에서 절실한 리더십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퍼거슨,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이 모범 사례다. 퍼거슨 감독은 2부 리그로 전락 위기에 놓인 '맨유'를 초우량 팀으로 키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의 성공 비결을 7가지로 꼽았다. '조직과 자신의 정체성 일치,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한 강력한 카리스마, 원활한 의사소통, 정보 취합 능력, 조직 장악력, 원칙 고수하기, 자만이 없는 도전정신.' 시장은 직관이 있어야 한다. 시대 흐름을 읽어내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공동의 선을 좇아 함께 가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런 시장을 우리는 지도자라고 부른다.
6'4 지방선거가 20여 일 남았다. 선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투표 말고는 시민들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체념하거나 분노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 참여만이 대구의 희망이다. 신명나는 대구를 만들려면 훌륭한 시장을 뽑아야 한다.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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