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스라에이드

'피지상심'(披枝傷心). 가지가 부러지면 나무 속까지 상하게 된다는 뜻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보이는 표현인데 전국시대 위나라 범수(范睡)의 말이다. 나무의 한 부분에 불과하지만 가지가 부러질 경우 벌레가 생기고 썩어 결국 나무 속까지 해를 입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도 피지상심과 다르지 않다. 특히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분노, 죄책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견디기 어려운 트라우마가 남은 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과 심리치료를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단체와 병원 등이 참여하고 있으나 치료 경험 부족과 위기상황 프로그램 부재가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저께 이스라에이드(IsraAID) 아시아담당 활동가들이 팽목항 등을 찾아 피해자 가족의 상태와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등을 살피고 조언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제 인도적 구호를 위한 이스라엘포럼'의 약칭인 이스라에이드는 2001년 이스라엘에서 창립된 전문 구호기구다. 인종과 종교, 국적을 뛰어넘어 구호품 전달과 심리적 외상치료 등 의료지원, 학교'커뮤니티 재건사업, 비즈니스 재건 소액 대출 등을 시행하고 있다. 1843년 설립된 버네이 브리스(B'nai B'rith International)와 같은 유대인 지원 기구 등 수많은 단체와 개인 기금으로 운영되는데 일본'중국의 자선단체, 휴렛패커드'힐튼 등 기업이 파트너나 기부자로 등록돼 있다. 카트리나 피재지와 아이티'동일본대지진, 남수단, 시리아 사태 때도 큰 역할을 했다.

선진사회일수록 조화로운 공동체적 삶을 지향한다. 이스라에이드처럼 조건 없이 헌신하고 봉사하는 박애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과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이런 전문 구호기구의 부재도 뼈아프다.

눈물만큼 슬픔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수단은 없다. '눈물은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소중한 도구'라고 일컫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눈물이 치유의 특효약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스라에이드와 같은 구호기구를 조직하고 국가적 재난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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