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천 개의 바람(A thousand winds)-메리 엘리자베스 프라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거기에 없어요, 나는 잠들지 않아요

나는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부드러운 가을비에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나는 천 개의 바람이예요

제발 내 무덤가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거기에 없어요, 죽지 않았어요

나는 하늘을 나는 종달새이며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에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누가 쓴 시인지도 모르고 전해지다가 1998년 한 칼럼니스트에 의해 1932년 메리 엘리지베스 프라이가 영문으로 쓴 시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일본의 작곡가 아라이만이 곡을 붙여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선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이 노래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헌정곡으로 불렀다. 영문으로 된 시에서 반복되는 두 연을 생략했다. 이 시의 화자는 죽은 사람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저승에서 이승으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더 절실하고 애절하다. 세월호의 영령들이여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우리를 일깨우소서.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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