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양시설서 노래 봉사, 어느덧 200회…임도준 씨

"제 트로트 한곡이면 어르신들 활력 충전 끝"

"몸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도 제 노래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결코 쉴 수가 없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손바닥 장단을 맞추고 어깨춤을 들썩이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죠."

경산과 하양 일대 어르신들이 많이 입원해 있는 병원과 요양원에서 트로트 노래 재능봉사를 펴고 있는 임도준(60) 씨는 매월 4차례씩 둘째 토요일과 일요일, 셋째 토요일, 넷째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자신의 소형 승용차에 반주기와 앰프, 스피커 장비를 싣고 집을 나선다. 지난 4년 동안 한 손에 꼽을 만큼 빠졌을까. 웬만하면 거르지 않은 '1인 트로트 무대'가 이달 말이면 200회에 달한다.

"우연히 친구 병문안을 갔다가 병원 게시판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보고 보잘것없지만 제 재능으로 외롭게 투병하시는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 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끝에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결심의 이면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객지에서 고생도 많이 한 임 씨의 마음 한구석에 오롯이 배어 있던 부모 사랑에 대한 사무친 회한과 못다 한 효심의 발로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특히 좋아하는 레퍼토리가 '꿈에 본 내 고향'과 '불효자는 웁니다'이다.

"보통 1시간의 무대에서 20여 곡을 부르는데 어르신들이 흥겨워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힘이 마구 솟아오릅니다."

이미 임 씨는 경산 일대 어르신 전문병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다. 그의 인기는 무대가 끝날 때마다 '언제 또 오느냐'며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는 어르신들의 매달림(?)에서도 잘 드러난다. 2년 전엔 한 할머니가 꼬깃꼬깃 접은 1만원짜리를 팁이라며 건네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질 정도의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 팁은 단순히 1만원의 가치가 아닌 제가 못 받아 본 어머니의 사랑이었던 거죠. 심지어 활명수나 박카스 한 병도 건넵니다. 그분들을 통해 저의 아버지 어머니가 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때부터 몸이 아프거나 피곤해도 제 노래를 듣고 힘을 얻는 어르신들이 눈에 밟혀 무대를 빠질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끼가 다분했다. 초등학교 시절 젓가락 장단을 잘 두드렸고 이 때문에 선친에게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사회에 진출해서는 대구경북 섬유가수선발대회서 우수상을 받았고, 경산과 자인 일대 단오행사나 갓바위 축제가 있을 때마다 노래대회에서 상을 휩쓸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아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1시간가량의 짧은 무대이지만 그분들의 얼굴에서 병마와 시름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 노래를 부르는 저도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임 씨는 이외에도 하양지역 가수 12명으로 구성된 '햇살누리문화예술단' 소속으로 월 1회씩 경산지역의 노인대학을 돌며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한 임 씨는 현재 하양전문장례식장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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