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연설원 '닫힌 입' 볼륨 낮춘 마이크…

세월호 애도 분위기에 조용한 선거 모드 전환…마이크 들었다간 역효과

선거연설원의 '몸값'이 예전 같지 않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22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른 조용한 선거 분위기 탓에 전문 선거연설원을 찾는 '러브콜'이 예전만큼 뜨겁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연설원은 유세차량을 몰고 다니며 후보의 공약을 소개하고 유세장 흥을 돋우는 일종의 '분위기메이커'다. 이 때문에 보통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각 후보 캠프는 웅변학원이나 스피치학원 원장과 같이 언변이 뛰어난 선거연설원을 모시기 위한 물밑 섭외를 벌이기 바빴다. 일부 선거연설원은 2주간 선거운동을 뛰는 대가로 많게는 수천만 원 상당 '몸값'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세월호 참사로 시끄러운 선거운동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굳이 웅변을 잘하는 전문 선거연설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후보들은 본인이 직접 선거 유세를 하거나 일반 시민과 당원을 선거연설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의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는 "모두가 자숙하는 상황에서 괜히 시끄럽게 마이크를 들이밀면 역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며 "유세차량도 쓰지 않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뚜벅이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 캠프 측은 선거연설원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 위주로 꾸릴 계획이다. 현재 20대 대학생부터 60대 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캠프 측 선거연설원을 자원한 상황이다. 캠프 관계자는 "연령이나 성별, 직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선거연설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큰 목소리로 웅변하거나 호소하는 형식의 정치풍 연설은 자제하고 지방선거의 의미 등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형태로 선거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예비후보 캠프 측 역시 당원과 시민이 직접 선거연설원 역할을 맡는다. 단, 후보 유세차량에 탑승할 선거연설원 1명은 지역의 유명 전문 선거연설원을 선거사무원 자격으로 섭외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권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시끌벅적한 선거전이 아니라 조용하게 대화하며 주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선거전"라며 "목소리 크고 말 잘하는 사람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당원이나 주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전문 선거연설원은 "지난 지방선거는 교육감 선거가 워낙 치열해 전문 선거연설원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면서 "세월호 여파로 아직은 선거운동이 중심을 못 잡고 있지만 막상 선거판이 열리면 전문 선거연설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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