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 공식 사과, 산업재해 줄이는 계기 되어야

삼성전자가 14일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근로자와 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삼성 측이 입장을 밝히고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피해자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7년이 넘게 대립각을 세워온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마침내 찾게 돼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삼성전자 근로자 직업병 문제는 지난 2007년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삼성 반도체 백혈병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가 발족되고 피해자 가족이 산업재해 인정을 둘러싸고 행정소송을 벌이는 등 문제가 확대됐다. 그러다 2012년 9월 회사 측의 대화 제의로 실무협의가 급물살을 탔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문제 해결에 물꼬가 트인 것이다.

현재까지 '직업병 피해자'로 신고한 삼성전자 계열사 직원은 모두 193명으로 이미 73명은 사망했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 근로자 중 산재가 확정되거나 1심에서 산재 인정받은 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례는 모두 6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툴 만큼 높다. 반면 산업재해율은 통계상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산업재해율이 약 2.7%인데 비해 우리나라 공식 산업재해율은 0.7%에 불과하다. 재해율은 낮은데 사망률은 높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재해 발생 자체를 쉬쉬하며 은폐하거나 당국이 산재 인정 자체를 꺼리고 인색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어떻든 권 부회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고 보상 기준과 대상 선정 등을 정하면 따르겠다"며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건 진단과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와 보상 입장 표명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근로환경 개선과 노동기본권 준수 등 '사람이 먼저'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산업재해를 줄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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