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결혼식에 가면 보통 뷔페음식을 먹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여전히 국수가 나온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결혼식 날짜를 묻는 대신 "국수 먹는 날이 언제냐"고 물어볼 정도로 국수와 결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결혼 잔치에서는 부부가 사이좋게 오래오래 살라고, 돌잔치에서는 아기가 무병장수하라고 '긴 음식'인 국수를 먹었다. 여기에서 '잔치국수'라는 이름이 나왔다. 그만큼 국수는 경사스러운 날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또 하나의 별미 '잔치국수'
대구 수성구 상동에 있는 '세연국수집'은 신선한 재료와 천연조미료를 이용해 만드는 국수 전문점이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국수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도자기 그릇에 국수를 담아 낸다. 이윤석 대표는 "평범한 국수 한 그릇이지만 특별한 운치를 더하기 위한 의미도 있고 저희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을 맞는 주인의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수 한 그릇에 건강한 맛을 담았고 제철 재료를 이용해 맛과 분위기, 저렴한 가격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국숫집"이라고 자랑했다.
면은 주문 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이 대표는 "다소 비싸지만 더 쫄깃하고 잘 퍼지지 않아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육수에 들어가는 멸치는 경남 남해산을 사용한다.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 천연재료로 만든 육수는 맛이 진하다. 그러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다.
국수는 멸치 육수에 말아낸 잔치국수와 갖은 채소와 양념으로 맛깔스럽게 비빈 비빔국수 등 두 가지다. 진한 멸치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잔치국수는 육수에 말아 계란지단과 부추, 김가루, 깨소금 등을 고명으로 얹어 나온다. 그저 평범한 국수다. 화려하지 않다. 먼저 육수 맛을 본다. 진한 멸치 맛이 느껴지는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시원하다. 면을 젓가락으로 휘 저어 먹어보니 쫄깃한 게 탄력이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씹는 맛이 살아 있다. 깔끔한 맛이다.
왠지 입맛 없다면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비빔국수가 제격이다. 10여 가지 채소를 갈아 숙성해 만든 야채수에 청양고춧가루와 양념을 섞어 만든 특제 소스로 버무린 비빔국수를 보고 있으면 입에 침이 고인다. 첫맛은 달콤새콤하지만 먹을수록 매워지는 맛에 콧등에는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반찬은 배추김치와 부추'참나물 겉절이가 전부다. 또 비빔국수는 새콤 매콤 달콤 양념 맛에 힘 있는 면발이 마치 쫄면을 먹는 듯하다. 배추김치는 국수를 먹는 동안 몇 번을 추가로 시킬 만큼 아삭아삭한 것이 맛은 물론이고 씹히는 느낌도 일품이다. 면도 양념도 넉넉하게 담긴 국수를 먹다보면 양념이 남기 마련. 이럴 땐 만두를 양념에 찍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국수 양이 부족할 듯 싶으면 500원만 더 내면 곱배기로 먹을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국내산 검은콩과 땅콩, 잣 등 견과류로 만든 검은콩국수도 인기다. 즉석에서 갈아 만들어 더욱 더 담백하고 고소하다.
여성 일자리 전담기관 '수성여성새로일하기센터' 신미정 팀장은 "국수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친근한 음식"라며 "이 집 잔치국수는 어릴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난다. 특별한 것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맛이 괜찮다"고 했다.
최현주 씨는 "교육이 끝나면 참여한 분들과 함께 오는데 다들 만족해 한다. 다른 집 국수는 조금만 있으면 퍼지거나 입에 넣자마자 끊어지는데 이 집 국수는 잘 붓지도 않고 쫀득쫀득하니 면이 살아있는 것 같다. 사장님도 친절해 자주 온다"고 했다. 최 씨는 또 "주방도 개방돼 있고 인테리어도 좋아 손님을 모셔와도 괜찮은 국숫집"이라고 추천했다.
김현정 씨는 "개인적으로 비빔국수를 좋아하는데, 이 집 국수는 새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잘 된 것 같다. 특히 목넘김이 좋다"고 했으며, 예소연 씨는 "국수도 깔끔하니 괜찮지만 부추와 참나물로 버무린 겉절이와 배추김치도 맛있다. 국수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 손맛 이어갈 터
이 대표는 음식으로 잔꾀 부리지 않고 솔직하고 소박하게 꾸려나가겠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콩국과 국수 장사를 해오고 있는 어머니 손맛을 이어받았다"며 "보잘것 없는 국수 한 그릇이지만 손님을 모셔와도 맛이나 가격, 품위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국숫집 명소로 만들겠다"고 했다.
잔치국수 4천500원, 비빔국수 5천원, 칼국수 5천원, 검은콩국수 6천원, 돌솥낙지덮밥 7천원, 흑미찹쌀수제비 6천원, 모둠만두'비빔만두 5천원. 해물파전 8천원, 낙지볶음사리 1만5천원, 돼지수육 1만2천원. ※잔치국수'비빔국수 곱배기 500원 추가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규모: 80여 석
▷주차장: 10여 대
▷예약: 053)761-3004, 대구 수성구
상동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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