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 현장기록 119] 나도 수호천사가 될 수 있다!

2013년 9월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예고 없이 구급출동 벨 소리가 들렸다. "○구 ○○동 △△△골목에 위치한 가게에 갑자기 쓰러진 남자환자 발생! 구급출동!" 출동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현장에 있는 신고자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119종합상황실 수보요원에게 자세한 설명 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최초 구급신고를 받은 119종합상황실 수보요원은 우리를 현장에 출동시키며 신고자와 다시 통화를 시도했다. 수보요원은 "심정지 환자로 파악되니 신고자께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후 구급상황관리사에게 전화를 넘겨 출동을 나가는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응급처치를 하도록 지도했다. 출동을 나가면서 들려오는 무전으로는 환자의 의식 및 호흡이 없는 걸로 추정됐다. 그래서 신고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라고 지시했으며 신고자 또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다급한 무전소리에 구급차 엔진 소리는 더욱 거칠어지고 차량 속도계는 미친 듯이 올라갔다. 다행히 베테랑 운전자이신 김 반장님 덕에 현장에 4분 만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50대로 추정되는 남자가 쓰러져 있는 상태였으며 신고자로 보이는 분이 가슴압박 즉,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곧바로 환자에게 다가가 의식, 호흡, 맥박을 확인했다. 당시 환자는 호흡,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다. 곧바로 AED(심실자동제세동기)를 부착하고 현장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2차례의 전기충격에도 심장 리듬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송 중에도 흉부압박은 계속됐다.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심장 기능을 회복시켜 뇌손상을 줄이고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그런 것들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기 직전 3번째 전기충격을 실시하였다. 순간 소생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환자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됐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벅찬 감격이 몰려왔고 내 심장 또한 빠르게 뛰었다.

다행히 환자의 심장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모든 생체징후도 일단 양호했다. 환자는 급성심근경색이었다. 환자를 병원 의료진에게 인계했다. 병원에서는 환자 상황에 맞는 수술 및 처치를 실시했고 환자는 현재 어떠한 장애도 없이 정상생활로 돌아가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우리 119구급대는 꺼져가는 한 생명을 다시금 살려냈다. 어느 한 집안의 가장일 것이고, 한 아내의 남편일 것이며 아이들의 아버지인 사람을 말이다. 이 환자가 소생한 것은 비단 우리 구급대원이 잘해서만은 아니다. 먼저 신속하게 119에 신고한 목격자와 심정지 상태임을 바로 알아차려 목격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지도한 119종합상황실, 그리고 현장에 출동해 전문응급처치를 시행한 구급대원이 있었기에 멈춰 있던 심장을 다시금 살려내 힘차게 뛸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격자 및 신고자의 역할이다. 심장마비 환자들이 가장 많이 쓰러지는 장소가 가정, 즉 집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현재 우리나라와 외국의 심정지 환자 생존율을 비교해 보면 참 아이러니한 수치가 나온다. 외국의 경우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10% 이상이지만 우리나라는 5% 미만에 그치기 때문이다. 집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면 분명 가족들과 같이 있는 경우가 많을 텐데 생존율은 낮은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목격자 및 신고자의 역할인 심폐소생술이다. 목격자 및 신고자의 심폐소생술은 환자의 소생률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다. 위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 전 국민이 심폐소생술만큼은 꼭 배우고 익혀두어야 한다. 가슴압박만으로도 구급대가 오기 전 환자 소생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 심폐소생술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다. 환자의 가슴 정중앙에서 명치 끝이 만나는 지점을 손바닥을 이용하여 분당 100회 정도의 속도로 최소 5㎝에서 최대 6㎝ 깊이 정도로 강하게 압박하면 된다. 인공호흡과 함께 하면 효과가 크겠지만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압박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 프로젝트'로 심폐소생술(CPR) 보급운동을 추진하고 있고 대구소방안전본부에서도 심폐소생술 전문교육강사로 하여금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꾸준히 심폐소생술을 보급하고 있다. 누구라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싶다면 언제든지 가까운 소방서에 문의하면 방문 및 출장 교육을 손쉽게 받을 수 있다.

응급상황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심폐소생술(CPR)을 배워둔다면 응급상황 시 적절한 처치를 통해서 바로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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