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담학 영역에서의 주요 화두는 '행복'이다. 딱히 마음에 내재한 고통과 좌절을 주요 이슈로 다루어야 한다는 사후치료적인 관점에서 아직 훼손되지 않은 티끌만큼이라도 소유하고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거기에 착안한 '임파워먼트'적 상담이 예방적 관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긍정심리학적 세계가 환영받고 행복이란 주제가 희망으로 넘실대며 상담 영역을 채우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행복이란 단어를 자기신념처럼 되뇌다 보면 그것은 어느새 내 것이 되는 경험을 종종 한다.
그러나 필자에게 상담을 청하는 많은 부부들은 아직도 좌절과 불행에서 자유롭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서로가 어떻게 보듬고 존중해야 새록새록 사랑이 싹터 가는지, 대화를 어떻게 해야 토닥토닥 정이 쌓여가는지 잘 모른다. 한마디로 싸우는 방법이 서툴러 상처만 입은 전투병처럼 붕대 감고, 약을 바른 채, 그러고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위로받으러 오는 것이다. 이들은 배우자로부터 아이처럼 받기만 하려 들지 자신이 그에게 무엇을 주어야 한다는 일에 인색하고 서툴고 어색하다. 그래서 마음의 좌절과 고통을 앓는다.
그러나 드물지만 어떤 부부들은 고통 속에서도 아주 짧았던 행복의 기억들과 미미했던 사랑의 언약조차도 마치 고무풍선처럼 크게 부풀려 지금 위기의 관계를 와해시키지 않으려는 자구책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그들만이 공동 소유한 기억의 자산에서 아주 티끌만큼 작은 행복의 조각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결혼생활에서 크게 부풀려 두 사람의 불안정한 관계를 청산하고 다시금 중요한 존재의 의미로 연결시키는 재주가 탁월하다. 이들 부부와 앞의 부부들의 결혼관계의 질(Quality)을 보면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난다. 필자가 볼 때, 그 차이의 원인은 바로 '배우자의 부모 같은 역할의 유무'에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려면 처음엔 연인으로서 로맨틱함만 제공해도 괜찮을 법하다. 그러나 결혼의 환상이 현실로 돌아오면서부터는 부부는 각각 배우자로서의 제한된 역할에서부터 부모와 같은 역할을 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남편은 어머니께 받던 사랑을 아내에게 투사하며 아내는 아버지께 받던 사랑을 남편에게 투사하여 동일시하려는 데서 사랑의 확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5월엔 좋은 부부관계를 소망하는 부부들을 위해 하나 제안하려 한다. 행복한 부부는 배우자의 역할에서 나아가 부모 역할까지 더해 주는 것이 행복 비결임을 말이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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