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남편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저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외롭게 자라다 중매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지요. 첫눈에 남편은 어찌 그리 편안하고 자상했던지 저는 한걸음에 남편을 따라나섰습니다. 셋방살이부터 시작한 신혼은 초라하고 고생스러웠지만 남편은 저를 딸처럼 보호하며 챙겨주어 아버지가 없던 어린 시절을 보상받듯 날마다 기쁘고 든든했지요. 그래서 저는 저절로 남편을 존경하며 순종하게 되었고 집안일은 모두 만사형통이었습니다. 또 요즘 남편은 학교 공부가 한이던 저를 대학까지 보내주고 등교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봐 줍니다. 아버지처럼 돌봐준 남편에게 여지껏 인사도 제대로 못 했지만 이번만큼은 남편의 가슴에 분홍빛 카네이션이라도 달아주고 싶네요. 30년을 한결같이 저를 잘 대해준 남편에 대한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많은 부부들이 행복을 가꾸어가는 사연을 들어보면 다채롭고 흥미롭기 그지없다지만 귀하의 부부가 만들어 내는 사연은 숙연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아내를 자녀와 같이 아껴주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풍성하게 쏟아주어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남편의 사랑은 마치 부모의 사랑으로까지 느끼게 하니 말입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아버지 사랑에 목말랐던 귀하에겐 애틋하고 자상한 남편의 관심은 커다란 위로와 보상이 되어주었을 것입니다.

남편 못지않게 배우자의 남편에 대한 귀하의 마음 씀씀이도 배울 점이 많아 보입니다. 부부라는 이유로 남편의 지극한 사랑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귀히 여겨 보답하려 애쓰는 마음 역시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배우자의 크고 작은 배려에 일일이 마음의 인사를 챙겨 주는 것을 소홀히 할 수도 있는데, 귀하께서는 감사함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그것에 대한 은혜를 되돌려주려 하는 마음이 복을 불러오는 비결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성경에 보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구절이 있지요. 여기서의 이웃이란 아마도 나를 둘러싼 의미 있는 타자로부터 시작하여 관심이 멀어질 수 있는 먼 이웃까지 사랑으로 베풀어야 할 필요성을 의미하겠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은 바로 가족, 그중에서도 배우자와 자녀가 아닐까요. 우리는 먼 이웃을 챙겨주고 사랑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 그렇게 행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가장 가까이 있는 이 사람, 나의 배우자, 내 가족부터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이웃을 사랑하는 첫 단계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귀하 부부께서는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인 가족을 잘 보필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여 믿음과 존경을 주고받으니 참으로 지혜로운 부부인 것 같습니다. 귀하의 부부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사랑의 물결은 다시금 먼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헌신으로 확장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금 귀하가 남편분으로부터 받아온 고마운 복들은 그저 온 것이 아니랍니다. 귀하처럼 배우자에게 받은 작고 큰 사랑을 귀히 간직하고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되돌려주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오는 축복이랍니다. 남편의 사랑에 무엇으로 보답하려 하기보다는 지금 그 마음을 따뜻하고 진솔하게 전해 주는 것이 가장 큰 화답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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