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이라는 말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상생 경영, 상생 마케팅, 상생 문화, 상생 모델, 상생협의회 등 용어는 무수하지만 상생의 정신을 오롯이 담은 성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은 물론 성과의 과실을 두고 다투는 이기심이 슬며시 끼어들기 때문이다.
1996년 대구에서 처음 시작돼 전국의 모든 도시에 확산'보급되는 담장 허물기 사업이 상생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라고 생각된다. 전국적으로도 벤치마킹 사례로 손꼽히며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견학을 와서 배우고 갔다. 애초 이 사업은 돈이 많이 드는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이웃 간 담장을 허무는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담장을 허물면 도둑이 자주 들고 사생활 보장이 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기우(杞憂)였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담장을 허문 공간에 녹지가 생기고, 삶터 공원이 조성되었다. 장애물이 없어지고 녹지가 생겨 주민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편해졌다. 주민들의 작은 실천으로 녹지 공간이 생기고, 이웃 간의 벽이 허물어져 소통하는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 물리적인 경계인 담장을 허물자 심리적인 경계가 사라지고 공감의 싹이 트기 시작하면서 작은 녹지를 공유하는 기쁨을 덤으로 얻었다. 벽돌 담장을 허무는 작은 시작이 대구시의 대표 브랜드인 담장너머사랑(愛) 시민운동사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상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후생 증대, 특히 지역사회의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이러한 상생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개방'공유'소통'협력의 정신으로 담장과 칸막이를 허물어 지역 밀착형'지역 맞춤형으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방의 소비자 정책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지역의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은 몇 년 전부터 대구지원 등 7개 지방 조직을 갖춰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지방지원은 따로 또 같이 아름다운 세상, 소비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본원과 지방지원은 지방자치단체, 지역의 소비자 단체,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사무소, 공공 기관 등 유관 기관과 협력 사업을 활성화하여 소비자 주권시대를 여는 데 앞장설 것이다. 기관 간 담장을 허물어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문제나 안전의 사각지대를 찾아 선제적으로 대응해 방방곡곡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경상북도와 협력해 신우피앤씨'청아띠농업회사법인'토리식품'풍기특산물영농조합법인 등 4개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해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상생 협력 사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대구지원은 올해 조직을 확대해 지역 단체'기관과 긴밀히 협업하여 대구경북지역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대구 지역의 소비자단체 등과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성 및 소비자 안전의식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공동 세미나'토론회를 개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경북 지역은 농민이 많은 점을 감안해 농민들이 소비자 권리를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피해 실태 공동조사와 피해 예방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소비자단체, 지역 기업 등이 힘을 모으면 대구경북지역의 소비자 권익은 수도권 못지않게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조급함과 이기심을 버리고 기관 간'지역 간 담장을 허물어 지역 소비자 후생 증대와 권익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정대표 한국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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