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탁 대신 운동화? 불경 대신 에세이…마라톤 선행 구미 진오 스님

수행에세이 '혼자만…' 펴내…3년간 총 5500km 달려, 달북·다문화가족 성금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는 수행자에게 있어야 할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당 대신 길 위를, 목탁 대신 운동화를 선택한 스님이 있다. 달리는 스님으로 유명한 진오 스님 이야기다.

진오 스님은 마라톤대회, 철인3종 경기 등에 참가해 1㎞를 달릴 때마다 후원금 100원을 받아 이주노동자, 다문화여성, 탈북 청소년들을 돕고 있다. 그가 운동화를 택한 건 3년 전 베트남 이주노동자 토안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교통사고로 뇌의 3분의 1을 잃은 그를 돕기 위해 마라톤을 결심한 것.

주위를 돌아보면 그가 달려야 하는 이유는 참으로 많았다. 스님은 4대강 자전거길 1천7㎞와 일본 대지진 피해 위로를 위한 1천㎞ 마라톤에 나섰다. 베트남의 오지 학교에 해우소 신축을 위해 달리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남편의 폭력'이혼'사별 등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다문화 모자 가족들의 쉼터 마련을 위해 달렸다. 그 덕분에 구미 지산동에 주택 한 채를 마련해 보금자리로 제공할 수 있었다.

지난달 19일 108㎞ 울트라마라톤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참회의 마음으로 '아이들아 미안하다'라는 표어를 걸고 달리기도 했다. 이렇게 그가 달린 거리는 5천500㎞에 이른다.

그에게 길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고, 달리는 것은 수행이다. 진오 스님은 "1㎞당 100원이 모여 어려움에 처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탈북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쉽사리 달리기를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를 괴롭히는 건 주변의 편견이다. 스님은 산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들 때문이다. 그는 '산속에서 염불만 외워서는 중생을 구제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키고 있다. 삶의 주변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성인들이 설파한 말씀을 실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교생이던 1980년 법주사로 출가한 그는 통도사에서 수계하며 부처님 말씀을 배웠다. 사회복지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진오 스님은 지난 2002년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현재 구미시 옥성면 대둔사 주지로 있으면서 (사)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와 김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등도 맡고 있다.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구미학대아동그룹홈 '문수의 집'과 구미아동보호전문기관, 치매어르신주간보호센터 '자비의 집', 이주노동자상담센터,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오뚜기 쉼터' 등을 운영하거나 지원하면서 소외계층과 지역의 사회 복지 분야를 개척해 왔다.

최근에는 달리는 사연을 담은 수행 에세이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를 펴내기도 했다. 진오 스님은 "머리로 하는 자비보다 몸으로 행하는 자비가 더 어렵다는 말을 실천하는 과정"이라며 "달리기는 기도이며 수행"이라고 밝혔다.

진오 스님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불교중앙박물관 공연장에서 정목 스님의 사회로 북콘서트를 연다. 054)454-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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