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세월호 비통함을 넘어서 조고각하 정신 가져야

지난달 16일, 진도 앞바다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무려 304명, 그중에는 아직도 20명의 실종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통곡의 바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오늘도 실종자 가족들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다림과 솟아오르는 분노가 교차하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를 위한 임시 국회가 19일부터 한 달간 열릴 예정인 가운데, 유가족들은 최후의 1인까지 다 찾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정조사니 뭐니 해서 현장을 지켜야 할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우고, 결국 흐지부지해지는 결과를 우려하는 것이다. 늘 있어왔든 일이고, 충분히 공감하는 비통한 요구이다. 들어주어야 한다. 국정조사가 급하지 않다. 자칫 영원히 숨을지 모르는 유병언 일가를 잡아들이는 게 더 급하다.

세월호 충격의 끝이 어디가 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실종자 수색과 문제점 수사에 최선을 다하되 이제 우리 모두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것은 청해진해운과 그 승무원들 그리고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일가 등의 책임이지만,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무한 책임은 현 정부에게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이를 수습하고 안전 불감증 대한민국을 개조할 지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고,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도 나라가 살아날까 말까인데, 대책 없이 고함만 지르거나 대중을 자극할 눈물을 보이는 국회의원이나 앵커, 희생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망언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수습에 진력하되, 일상으로 돌아가 냉철하게 대한민국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궤도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쇄신을 위해 이제 우리 모두는 일상으로 되돌아와 빨리빨리와 대충대충, 내 배 채우기와 끼리끼리 봐주기를 벗어나서 기본과 원칙이 살아있는 '조고각하(照顧脚下)'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시민 누구나 기억은 하되, 내 발밑부터 제대로 살피고 조심하며, 비통함을 넘어서서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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