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억6천만 농민공, 한달 46만원 벌어요…『다큐멘터리 차이나』

다큐멘터리 차이나/고희영 지음/나남 펴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중국에 매료되어 아예 중국으로 거처를 옮긴 지 10년. 성공한 다큐 작가 고희영이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을 통해 중국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 책이다. 불가분. 우리와 중국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지만 이 또한 오히려 부족할 정도라고 느낄 만큼 중국은 우리 가까이 아니 안으로 들어와 있다. 그러나 중국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속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화대혁명' '세계의 공장' 'G2 국가' 등 파편적 이미지로만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중국이 거대한 화두로 떠오르며 물밀듯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또 모두들 중국을 잘 아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것은 침소봉대이거나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 구라가 많았다"고 했다. 이게 저자가 이 책 '다큐멘터리 차이나'를 쓴 동기다. 그리고 저자는 중국 전역을 헤매다니면서 중국을 이끄는 지도층부터 조직폭력배, 매춘녀, 거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만나고 또 만났다. 그래서 중국 근대사의 격랑을 묵묵히 견뎌온 중국 서민들의 '쉰내 나는' 삶과 꿈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서 오는 오해와 편견을 깨고 현대 중국과 중국인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국에서 중국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사랑, 결혼, 의식주, 계층, 꿈 등을 테마로, 중국 근현대사의 격랑을 묵묵히 견뎌온 중국 서민들의 깊은 속내를 들으며 그들의 진솔하고 꾸밈없는 삶의 모습을 클로즈업한다.

똥지게 지고 어깨가 빠지게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농촌을 탈출해 베이징에서 10년간 손이 얼어 터지게 일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가족을 아끼는 자전거 수리공 남자. 그런 아버지를 슬프게 하는 게 싫어서 가족들과의 이별 앞에서 한 번도 울지 않고 눈물을 삼키는 열두 살 아들. 요리의 메카라는 광둥성 레스토랑에서 식신의 꿈을 이루고자 고픈 배를 움켜잡고 음식 냄새 유혹을 견디며 주방보조로 밤낮없이 일하는 소년들. 이 책에는 중국 인구 99%를 차지하는 이런 서민들의 꿈과 사랑, 땀과 눈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지만 지금도 그 땅에 발을 딛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이라는 거대한 풍경 속에 작은 점처럼 보이던 중국인들의 삶이 비로소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의 목차는 특이하다.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고 각 파트마다 소단원의 제목을 한 글자의 한자를 달아놓았다. 전반부는 愛(애), 婚(혼), 食(식), 人(인), 住(주)의 문제를 풀어나간다. 후반부는 貧(빈), 富(부), 職(직), 紅(홍), 夢(몽) 다섯 주제다. 그리고 주제마다 끝에 'NOTE' 항목을 달아서 독자들의 중국 이해를 돕고 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 탓인지 사진 또한 중국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작들이 책 속에 수두룩하다.

저자 고희영은 20여 년간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및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 1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베테랑이다. 2000년 첫 중국 출장길에 천안문 광장 앞의 거대한 자전거 행렬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2003년에는 베이징으로 삶의 거처를 아예 옮겼다. 그 후 중국인들의 삶을 취재하며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07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사 '숨비'(Soom:Be)를 만들어 다큐영화 제작에 가열하게 돈과 열정을 쏟고 있으며, 현재 문화대혁명의 광풍을 생생히 담은 '1966~1976'이라는 다큐영화를 제작해 2016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또 6년 동안 제주해녀를 담은 다큐영화 '물숨'(Little Bit More)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중도시각장애인이 된 틴틴파이브의 멤버 이동우 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그대가 있음에'(가제)도 제작하고 있다. 저자의 남편도 중국통으로 유명한 현역 기자(서명수 매일신문 서울 정경부장)로 한국과 중국, 서울과 베이징을 넘나들고 있다.

30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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