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세월호 참사 넘어 희망 주는 영웅들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학생과 멀쩡한 사람들 수백 명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수장되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면서 온 국민은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그것은 총체적 부실공화국 '대한호'의 침몰이나 다름없었다. 책임 있는 자들의 패륜과 정부의 무능 그리고 관료들의 부패와 망동은 희생자 가족은 물론 국민의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분노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침몰하는 배 위에서 그리고 사고 수습과 구조 과정에서, 나보다 남을 생각하고 나 자신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우며 살신성인(殺身成仁)한 의로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눈물 속에 핀 보석 같은 꽃을 발견한다. 슬픔과 절망의 바다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길어올린다.

"나는 너희를 다 구조하고 나갈 거야. 선원이 마지막이야."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하고 세월호 승무원으로 배에 올랐던 고(故) 박지영 씨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건네며 남긴 이 마지막 말은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그녀는 세월호의 진정한 선장이었다.

기울어가는 배 위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 학비 걱정과 함께 "시간이 없다.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마지막 목소리를 남긴 세월호 사무장 고 양대홍 씨, 그리고 승객을 구하러 선내로 다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무원 고 정현선 씨와 행사 담당 아르바이트생으로 함께 승선한 연인 김기웅 씨도 세월호의 영웅이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단원고 교사 나윤철'최혜정 씨 등 10명과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건네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꽃다운 생을 마감한 단원고 학생 정차웅 군도 어두운 바다를 빛낸 등댓불이었다.

그 밖에도 승객 구조에 온 힘을 다한 화물차 운전기사 김동수 씨와 마지막까지 친구들의 구출을 도운 단원고생 박호진'조대섭 군, 그리고 생업을 마다하고 구조에 앞장선 어민들과 목숨 걸고 시신 수습에 나선 구조대원과 잠수부들, 전국에서 팽목항으로 달려온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진정한 용기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씻어주고 죄인이 된 국민의 처진 어깨를 다독여주며, 그래도 이 땅은 살 만한 곳이라고 웅변하고 있다. 비극적인 사고로 숨져간 학생과 승객들과 함께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영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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