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오전 9시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참사 34일째 박 대통령은 분초를 다투는 해난 사고에서 인명 구조에 대한 사명감도, 사고 대처에 대한 전문성도, 정부 최일선 조직으로서의 적정 대응도 하지 못한 해경을 해체하기로 했다. 부실과 부정(不正)의 암 덩어리 해경 해체는 당연한 귀결이다.
정신줄 놓고 대응한 안행부와 해수부에도 책임을 물었다.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는 뜻에서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었는데도 간판만 교체했지 현장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초대형 해난사고를 당하고도 허둥대기만 했던 안행부의 안전 기능은 국가안전처로 넘겨졌다. 인사기능 역시 신설될 총리실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된다. 해경을 지휘 감독하는 해수부도 해양교통 관제센터를 국가안전처로 넘기고,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에만 전념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수습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적폐를 씻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음을 일반 시민은 다 아는 데 과도한 권한을 지닌 정치권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권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5%의 신뢰를 받는 국회가 정쟁에 빠져 위기의 국가 살리기는커녕, 정부 흔들기에 몰두한다면 유권자가 용서하지 않는다. 19일부터 세월호 임시국회를 여는 여야가 6'4 지방선거와 지선 이후 곧 있을 7월 재보선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이는지 협조하는지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국가적 재난을 정쟁에 이용하는 국회의원과 그가 속한 정당은 표로 심판해야 한다. 국민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권은 당분간 휴전을 선언하고, 정부 조직 개편에 힘을 모아야 한다. 대통령의 조직 개편 구상에 더 좋은 뜻이 있으면 제안하고, 순리적으로 국가개조가 되도록 손을 맞잡아야 한다. 3'11 쓰나미 이후 6개월에 걸쳐서 300여 명의 증언을 듣고 '일본 재건 이니셔티브'라는 후쿠시마 원전 보고서를 낸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 신문 주필도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 추궁이 아니라 사고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라고 직언했다.
세월호 수습과 국가 개조를 위해 한 가지 더 놓치면 안 되는 게 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악과 명령식 교육문제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오적은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하듯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 과적을 일삼고 안전운행을 무시한 청해진 해운과 관련 비리업계, 국민을 조롱하는 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세월호의 실질 사주 유병언 일가, 적폐의 상징 관피아와 구조 과정에서 무능을 드러낸 정부 그리고 죽음 앞에서도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몰입식 교육으로 일관한 교육 정책이다.
침몰 직전 위기 상황에서 탈출해 나온 사람들의 증언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방송대로 따르면 죽겠다 싶었다고 했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도 상태가 심각하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희생자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주입식, 명령식 교육이 낳은 치명적 결과이다. 평상시 물음을 통해서, 토론을 통해서 주체적 사고를 하도록 교육받은 게 아니라 답을 전하고 외우게 만드는 교육을 일삼아왔다. 메시지를 전하면, 그냥 명령을 받아서 그대로 순종하도록 하는 교육의 결과가 어린 넋들의 희생을 불러왔다. 기성세대,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세월호 사건 수습 과정에서 안전대책만 정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 형태, 사유하는 형태도 바뀌도록 교육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나치 추종자였던 아이히만을 재판하는 이스라엘 법정을 뉴요커 취재 기자로 방청했던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통해 수많은 유대인을 죽인 살인마 아이히만이 뜻밖에도 옆집 아저씨 같은데 충격을 받았다. 아이히만은 "나는 국가공무원이었고, 국가 원수의 명령을 따랐던 충실한 공무원"이라고 강변했다. 아이히만은 자기가 그 명령을 따를 때 얼마나 많은 유대인이 희생되고, 악이 발생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우리 교육은 내가 하는 행동이 평범한 악은 아닌지, 내가 하는 행동이 삶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아닌지 사유하고 판단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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