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탄생시킨 태초의 에너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 김강록 개인전이 20일부터 25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열린다.
김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 주제는 '율려(律呂)-불이(不二)의 미학'이다. 율려는 김 작가가 1994년부터 탐색하고 있는 작품 주제다. 그는 새로운 표현기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문득 형식 논리에 빠져든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형식을 중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용적인 측면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새로운 작품 주제를 찾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의문과 물음을 갖게 됐고 이는 '율려'라는 주제로 귀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율려는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신라시대 박제상이 쓴 '부도지'(符都誌)는 창세의 기록을 담고 있다. '부도지'에 따르면 율려는 천지창조의 주인공이다. 또한 율려는 동양음악에서 음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12음계는 6개는 양율과 6개는 음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통틀어 율려라고 칭한다. 동양음악에서 율려는 조화이며 어울림이다.
그동안 김 작가는 조화와 어울림을 바탕으로 태고의 세계를 그린 율려시리즈를 발표해 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30여 점의 작품도 율려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 작가의 작품은 거친 혼합재료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아크릴에 유리 가루 등을 섞어 거칠고 둔탁한 질감을 연출한다. 특히 그는 근원의 의미를 작품에 담기 위해 숯을 사용한다. 또 천'지'인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원, 삼각형, 사각형 등의 도형을 기본 패턴으로 작업을 한다. 이는 정제되지 않는 태고의 야생성과 원초성을 드러내기 위한 포석이다.
투박한 질감 위에 힘 있고 속도감 넘치는 붓질을 더해 면과 점이 뒤엉켜 충돌하는 화면을 통해 김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생명을 탄생시킨 거대한 에너지다. 종교에서 말하는 천지창조, 물리학에서 말하는 빅뱅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생성과 소멸, 이성과 감성, 열림과 닫힘, 따뜻함과 차가움 등 우주를 구성하는 많은 상대적인 개념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개념들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둘이 하나가 되는 상생의 관계에 있다. 김 작가는 화면 중심을 채운 뜨거운 추상적 에너지를 화면 외곽에 배치한 정적이고 이성적인 공간으로 제어를 한다. 이를 통해 조화와 어울림을 화폭에 구현하고 있다. 김 작가의 작품은 부분과 전체를 하나로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불이'의 미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존재의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하나에서 출발한다. 우리 민족이 가진 정신도 하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또 주제가 가진 무거움을 밝고 화려한 색채감으로 반전시켜 감상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는 생명이 만들어지는 근원으로 해석되는 율려를 적, 황, 청, 흑, 백색의 오방색으로 자유분방하게 표현하고 있다. 홍준화 미술평론가는 김 작가의 율려시리즈 특징으로 원초적 질서 개념의 구현, 형체적 다양함과 더불어 색채적 화려함을 꼽았다.
천지창조라는 거대한 주제를 담고 있는 까닭에 김 작가의 그림은 상념에 잠기게 한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 작가의 그림은 감상자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일종의 콘셉트아트다. 김 작가는 "에너지를 표현한 나의 그림은 고유의 주파수를 갖고 있다. 사람도 저마다의 주파수를 갖고 있다. 주파수가 맞는 순간 감상자들은 근원을 마주 대하는 교감을 갖게 된다. 근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힐링이다. 시각적 힐링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나의 작품은 부적을 시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작가는 계명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에서 뇌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경북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수성구미술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산여고 교사로 재직 중이다.
053)668-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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