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힘든일 꺼리는 구직자 산단 입주기업 구인난

4곳 중 1곳 생산인력 부족, 근로자 고령화 갈수록 심화

구미공단에서 프레스가공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외국인 근로자 20명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정직원 구하기가 어려워 용역업체에서 직원들을 구하지만, 숙련도가 낮고 관리가 어려워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구직자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면서도 당장 급여나 복지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에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들의 생산직 구인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강남훈)은 올해 3월 말부터 한 달간 주요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753개)과 인근 대학, 특성화고(64개교), 학생(311명)들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 4곳 중 한 곳은 생산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미를 비롯해 군산, 광주첨단, 울산·온산 등 비수도권에 있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업단지에서 생산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가 많았다.

규모가 영세한 기업일수록 인력부족을 호소했다. 종업원 수 10인 이하 영세기업의 경우 인력부족률이 8.2%로 50인~300인 미만 중소기업(1.6%)의 5배에 달했다.

산업단지 근로자 고령화도 높았다. 입주기업들의 현재 인력구성은 30~40대가 많다는 기업이 66%이지만 필요한 인력의 연령대는 20~30대가 64%로 대조를 보였다. 특히 40~50대 비중이 높다는 기업도 58%에 달했다.

근로자의 고령화가 심화하는 이유는 청년 근로자가 산업단지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업체들이 경력직 사원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구직자들이 원하는 급여수준과 기업이 실제 지급하는 임금수준의 격차는 인력 부조화(미스매치)의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대학생들이 희망하는 초임 연봉은 2천500만~3천500만원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중소기업(2천만~3천만원)과는 500만~1천만원의 차이가 났다.

산업단지 취업을 꺼리는 이유로는 공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힘든 일 기피, 편의시설 부족 등 열악한 근로환경이 주원인으로 거론됐다. 산업단지 입주기업들도 구직자들이 힘든 일을 꺼리는 현상을 인력채용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산단공 강남훈 이사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요자 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해 정부, 학교, 관계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산업단지별로 실효성 있는 인력지원 추진체계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