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페르 파라투스'(Semper Paratus). '항상 준비된'(Always Ready) 뜻의 라틴어로 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모토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군대와 기관, 단체들이 이를 모토로 채택하고 있다. 모토는 단지 구호에 불과하지만 구성원을 결집시키고 책임감과 집중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부분이 아니다.
1790년 창설된 미국 해안경비대는 미 육군과 해'공군, 해병대와 더불어 5군(軍)에 편제돼 있다. 하지만 소속은 국토안전부다. 4만여 대원을 비롯한 예비역'민간 고용인 등 모두 9만여 명이 복무 중이며 2천 대가 넘는 경비정과 항공기를 보유해 전력상 세계 해군 중 12번째로 꼽힌다. 재무부 소속으로 첫발을 뗀 해안경비대는 그동안 재무부와 해군 사이를 오가며 여러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1967년 교통부로 이관됐다가 2003년부터는 현 체제가 됐다. 하지만 전시에는 규정에 따라 대통령과 의회의 명령으로 군대 조직으로 변신한다. 1917년, 1941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가 그 예다.
USCG 체제는 우리 해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해경은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했다. 1996년 해양수산부의 독립 외청으로 승격해 경찰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현재 정부 17개 외청 가운데 인력'예산 규모가 네 번째로 크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확인했듯 비전문성과 무능, 뿌리깊은 관료의식 등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런 해경에 대해 어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체를 발표했다. 60년 만에 조직이 공중분해 되는 극약처방이다.
미국 해안경비대의 공식 행진곡인 '셈페르 파라투스' 합창 부분에 이런 노랫말이 있다. '우리는 부름에 언제든 준비돼 있다. 우리는 당신을 믿는다. 파도와 폭풍우, 강풍이 몰아쳐도 우리 임무는 더 높다. 셈페르 파라투스, 우리의 지침이며 명성이고 영광이다. 구하려고 싸우고 싸우다 죽는다. 우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 해경에도 이런 자긍심과 사명의식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 세월호 참사는 해경의 푸석푸석한 속살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조직의 비극적 최후가 안쓰럽다. 경찰청과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해경의 역할과 기능을 맡게 된다는데 부디 해경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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