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조직 대수술은 국가 개조를 위한 첫걸음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적 질타를 받아온 정부 조직에 대한 개편과 공직 개혁, 국민 안전 강화책과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상 규명을 포함한 국가 개조 방안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놓은 예상을 뛰어넘는 정부 조직 수술 안이다.

결론은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자인 박 대통령의 정부 조직 개편안은 충격적이긴 해도 불완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과정에서 공공의 적이 된 '해경'을 창립 61년 만에 해체하기로 결정하고, 안행부와 해수부의 기능 또한 국가안전처로 대폭 이관 또는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해경'안행부'해수부의 구조'구난 기능은 신설될 국가안전처로 이관된다.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어가고, 안행부는 행정자치업무만, 해수부는 해양수산 기능만 갖게 됐다.

문제는 정부 조직을 떼고 붙이고 새로 만든다고 해서 세월호 침몰로 드러난 각 분야 적폐와 공무원의 복지부동 그리고 전방위적인 안전 불감증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수술대에 오른 정부 조직 법안은 국민 안전과 부패 없는 나라를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 첫걸음도 제대로 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정부들이 다 시도한 정부 조직 법안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재정경제원의 실패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재무부의 세제와 금융 기능, 경제기획원의 예산과 정책입안 기능을 통합해서 부총리급 재정경제원을 만들었다. 재정경제원은 예산 금융 세제 등 경제 관련 3대 권한을 싹쓸이했으나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다. 외환위기 방어는커녕 예측도 하지 못했고, 사후 처리도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극복했다. 나라가 막지 못한 걸, 국민이 막느라 희생이 컸다. 신설될 거대한 국가안전처가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몸집만 공룡처럼 커진다고 해서 만사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다종'다양하게 터질 국가 재난관리에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외면한 채 내 편만 감싸고, 네 편을 멀리하는 고집불통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정치적인 소신과 국가 개조에 대한 사명감은 잊지 않되, 정치적 갈등과 대립 관계에 있는 타 진영의 인재도 과감하게 발탁해서 국가시스템 운영에 합류시켜야 한다. 그래야 끼리끼리 나눠먹고, 어둠과 타협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전혀 새로운 정책 개발이나 협력도 가능하다. 한시도 국가 개조를 늦출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의 민주적 정치력 발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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