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고대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대륙교통로로 오늘날은 동서 문화의 교류를 상징하는 말로 이 루트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인구의 71%가 살고 있는 유라시아(유럽+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국은 '신(新)실크로드 구상',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각각 앞세워 각축을 벌이고 있다.
작년 10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의 실현으로 물류망을 확보하고, 가스와 송유관 등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륙철도의 징검다리이자 자원의 보고인 중앙아시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년 4월 제8차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필두로 한'중앙아시아 협력사무국 설치를 검토하는 등 중앙아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박병인 교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기본 골격은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한'미'일과 북'중'러 중심의 동북아 구도에 새로운 다자 간 협력 체제를 더하자는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시장의 확보와 북한 개방의 출발점을 찾으려는 국가 차원의 장기 발전 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신실크로드경제권, 특히 지난 10년간 연평균 무역량 증가율 18.1%를 기록한 중앙아시아를 바라볼 때, 단순히 유라시아철도를 통한 물류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특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 확대나 경제 협력도 필요하지만 이 지역 민중 속에 스며드는 문화와 지식의 교류 등 저변의 영향력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국가 간 이해관계를 넘어 민족적, 문화적, 감성적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지에서 중앙아시아문화를 연구해온 장준희 박사는 이 지역에는 한국문화의 원형이 생생히 살아 있다고 증언한다. 그는 중국 동북 3성 대흥안령에서 흑룡강을 따라 러시아 투바공화국을 비롯해 카스피해 연안 중앙아시아국가들은 우리와 같은 우랄 알타이어계 언어를 쓰는 국가들로 한민족과 닮은 민속문화가 이루 셀 수없이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전통놀이(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연날리기, 씨름, 그네타기), 조상숭배, 탑돌이, 곰 신화, 좌식문화, 전통문양, 조우관 등 모두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뿐인가. 1937년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우리 동포들, 수많은 고려인들이 현재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다. 2011년 현재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17만 명을 비롯해 모두 30만 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유사성과 고려인들에 대한 연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 열쇠이자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구경북의 역할이 있다. 경주는 실크로드가 당나라 서안을 지나 동쪽 끝으로 이어지는 국제 무역로의 종착지인 국제도시였다. 고대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교류의 수많은 흔적이 과거 신라의 강역에 몰려 있다. 또한 대구경북은 우리 민속 문화, 특히 북방 문화가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지역이며 대구는 이러한 분야 연구의 허브이다. 이것이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성공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가 대구경북지역 인문학 연구인 이유이다. 이는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자원을 획득하는 국가적 과제인 외교와 경제활동에 더해 인문학이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최초의 노력이란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권업/계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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