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대구시장 선거가 치열하다. 텃밭 대구 새누리당 경선도 그랬고, 본선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5년 전'현 시장이 대거 출마한 가운데 무소속 문희갑 시장이 당선된 이후 20년 만이다. 일당 독점이 30년 이상 지속해온 대구에서 모처럼 유권자들이 '패(牌)를 쪼아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나마 선택의 여지가 있는 선거인 셈이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경선부터 치열했다. 전'현직 국회의원 5명과 단체장 등 8명이 나서 2차례 예비경선(컷오프)과 본경선을 치렀다. 낙향 3개월의 전직 초선 국회의원이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극적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됐다. 그동안 통했던 국회의원 또는 중앙당으로 대표되는 '당심'(黨心)이 먹혀들지 않았다.
권영진 후보의 구호는 '개혁과 변화'였다. 새누리당 당원들도 개혁과 변화를 원했다.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더 큰 변화'를 외치고 있다. 권 후보는 경선을 통과했지만, 본선에서 김 후보와의 경쟁도 만만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연일 '탈당, 컬러풀 후보, 표심 자극하는 박정희'박근혜 마케팅'이라며 김 후보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례 없이 치열한 선거 과정에서 두 후보 간 도를 넘는 마타도어(흑색선전)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변화와 개혁을 주창하며 구태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두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크게 반길 일이다. 두 후보는 10여 년 전 같은 당 소장 개혁파 모임(미래를 위한 청년연대)에서 쇄신을 외쳤던 동지였다. 정정당당한 대결, 개혁 등에 대한 소신은 지금도 변함없는 듯하다. 최근 본지 시장후보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마타도어 없는 선거를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두 후보의 의지는 캠프나 사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권 후보는 새누리당 경선 전 '시장보다 국회의원직에 대한 관심 때문에 대구에 왔다'는 마타도어에 시달렸다. 사석에서 한 기자가 "조원진 국회의원이 대구시장 후보가 되면 그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조 의원 캠프에서 흘리는 얘기 아니냐"고 물었다. 권 후보는 "조(국회의원) 선배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경선 직전 중앙당 지도부를 찾아가 서상기 국회의원이 되면 그 지역구 공천을 달라고 했다'는 마타도어에 시달렸지만, 의연하게 대처했다. 특정 캠프를 지목하거나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김부겸 후보는 최근 캠프 A씨에게 크게 역정을 냈다. A씨는 안동 권씨 종친회원 일부가 사무실 전화를 이용해 권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불법선거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자고 의견을 냈다. 김 후보는 A씨를 크게 꾸짖고, 이 내용을 절대 유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김 후보는 최근 캠프로 들어온 권 후보 관련 '폭탄급' 제보에 대해서도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잘 나갔던 도시경관 전문업체인 누리플랜의 이권다툼 과정에 권 후보가 연루됐다는 설이다. 이 내용은 최근 서울 2개 주간지가 보도했다.
앞선 내용은 상대후보가 적극적으로 이용하고픈 유혹이 들 만한 재료다. 아니, 다른 선거나 다른 후보들이었으면 일찌감치 선거의 주요 이슈로 만들고도 남았다. 마타도어의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칠 수 있는 두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하지만, 어느 때보다 (마타도어 없는) 조용한 선거에서 유권자들만 혼란스럽다. 선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지만, 쉽게 판단할 만큼 명확한 차별성을 가려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권 후보는 새누리당의 프리미엄에도 새누리당 내부 개혁을 외치고 있다. 대구의 변화, 새누리당 대구 정치권의 변화를 함께 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이 몸담은 정당의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지역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당)의 구태를 쇄신하고, '안으로부터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권 후보는 본지 토론회에서 "정치인은 대권과 같은 큰 꿈을 꿔야만 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 후보를 겨냥한 말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두고 한 말로도 읽혔다. 대구 정치권의 좌장격인 유승민 국회의원과 함께 두 후보 중 누가 더 잠룡(潛龍)이 될 만한 인물인지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어렵고도 재미있는 큐브 맞추기 게임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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