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진 드라마 속 대세 직업은 의사'변호사'교사 등 '사'(師 또는 士) 자 직업 또는 대기업 그룹 회장'젊고 유능한 실장 등 '장'(長) 자 직업이다. 여기서 조금 응용하면 백마 탄 기'사'나 고등학교 싸움'짱'도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는 다른 부류의 직업이 눈에 띈다. '관'(官) 자 직업이다. 경찰관'소방관'경호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일이 거칠고 밤낮 가리지 않는 편이다. 이런저런 애환이 많다. 또 현장을 누비며 어떤 긴박한 상황이 닥치면 곧장 액션을 취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액션 장면을 구사하기 좋다. 이들 직업은 국가의 녹을 받는 공직인 만큼 높은 책임감도 요구된다. 흉악 범죄와 재난 사고가 빈번해 안전과 그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시청자들을 TV 앞에 모으기 좋은 소재다.
◆경찰서도 사람 사는 이야기 가득한 곳
이달 7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서울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베테랑 수사관과 1년차 신입 형사 4인이 펼치는 '청춘+성장+로맨스+수사물'이다. 신입 형사들의 멘토가 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강력계 수사관 역은 차승원이 맡았고, 국내 남녀 청춘 배우들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승기와 고아라가 좌충우돌 신입 형사 역을 맡았다. 성지루'임원희'오윤아 등 감초 조연들도 곁에서 신입 형사들의 성장을 돕는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강남경찰서는 담당 지역에 고위층 인사, 연예인 등이 많이 살고 있어 서울시내 경찰서 중에서도 특히 관련 사건'사고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드라마를 이끌 범죄 소재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곳이다. 또 제작진은 규모가 큰 액션 장면을 대거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9일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금요드라마 '꽃할배 수사대'는 하루아침에 70대 노인으로 변한 젊은 꽃미남 형사들이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판타지+코믹+수사물'이다. 이 드라마와 같은 방송사의 여행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인기를 얻은 이순재를 비롯해 변희봉, 장광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하고, 형사 4인방 중 김희철(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만 젊은 모습 그대로 나온다. 관전 포인트는 70대 노인 형사들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고군분투하면서도 끝내는 사건을 해결하고 마는, 웃음과 감동의 쌍곡선이다.
꽃할배 수사대 제작진은 기획의도를 통해 "요즘 젊은 세대는 나이 든 세대를 혐오하고, 나이 든 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 못한다"며 "풋풋한 외모와 지치지 않는 체력 등 젊음의 특권을 가진 젊은 형사들이 하루아침에 할배로 변해 나이 든 세대의 애환을 느끼고 또 이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치유 화두 소방관, 책임 완수 경호관
지난달 5일부터 방송 중인 SBS 주말드라마 '엔젤 아이즈'에는 소방관(구급대원)들이 등장한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이 된 수완(구혜선)과 그 사고 당시 수완의 어머니를 구하려다 죽은 한 구급대원의 아들 동주(이상윤). 12년 만에 만난 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수완이 근무하는 소방서가 극을 이끌고, 공형진과 승리(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등이 소방관으로 등장한다.
이전 영화나 드라마 속 소방관 이야기는 스펙터클한 재난 현장을 주로 다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순직 소방관 이야기라든지, 사고 이후 겪는 정신적인 아픔의 치유에 대해 넌지시 화두를 던진다.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는 휴가를 떠났다 실종된 대통령(손현주)을 찾는 경호관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런 경우라면 이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대통령이 중심에 섰지만 이번에는 경호관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박유천(아이돌 그룹 'JYJ' 멤버)과 소이현, 안길강 등이 경호관 역할을 맡았고, 그 주변에는 박하선이 경찰, 윤제문이 대통령 비서실장 역할을 맡아 대통령 경호실의 암투를 그렸다.
결말은 어땠을까. 경호관들은 '끈끈한 우정'이라는 문법으로 대통령을 지키는 책임을 완수했고, 드라마는 대통령을 죽이려던 악당이 비참한 최후를 맞는 '권선징악'의 문법으로 사회 정의도 지켜냈다. 요즘 우리 사회에 결핍됐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부각시켰다.
◆매력적인 직업 이야기가 힘
TV 속 '관' 자 직업 이야기는 드라마에 앞서 1990년대 재연 프로그램에서 먼저 다뤘다. 꾸준한 인기를 얻은 MBC '경찰청 사람들'과 KBS2 '긴급구조 119'가 대표적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사례를 전달했고, 이후 요즘 시청자들은 사례에 극적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관' 자 직업 이야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꽤 매력적이라는 방증이다.
같은 맥락에서 매일신문은 매주 목요일 발행하는 주간매일 지면을 통해 대구경북지역 경찰관 및 소방관들의 실감나는 현장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이정원 경감의 '출동 24-현장기록 112'와 대구중부소방서 119구급대 안현우 소방교의 '출동 24-현장기록 119' 코너다. 바로 오늘 자 신문에서 볼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