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절 부르면♪ 손님이 2절 불러요 ♬…정훈아 씨 '달리는 노래방 택시'

직접 설치한 조명, 팝송도 준비완료…긍정 에너지에 승객들 덩달아 신바람

노래방택시 기사 장훈아 씨가 그의 애마 속에서 나훈아의 노래를 신명나게 부르고 있다.
노래방택시 기사 장훈아 씨가 그의 애마 속에서 나훈아의 노래를 신명나게 부르고 있다.

"사업이든 장사든 성공하려면 색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택시영업도 엄연한 서비스업입니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면서 변하지 않는다면 후퇴밖에 더 있겠어요."

상대를 제압하는 '튐'이 아닌 상생의 '튐'을 모토로, 택시 안에 노래방 기구와 조명을 설치하고 '달리는 노래방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기사 장훈아(56) 씨의 남다른 영업마케팅은 올해로 7년째이다. 두 달 전엔 외국인 탑승객을 위해 팝송을 포함, 3만5천여 곡이 수록된 노래방 기기를 새로 장만했다.

25년간 섬유 관련 기계를 만졌던 그가 개인택시를 운전한 지는 올해로 12년이 됐다. 좁은 택시 안에서 장시간 운전한다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가 몰려오면 아무 노래방이나 들어가 실컷 노래를 불러댔다. 그의 꿈이 가수였던 만큼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

"노래방에 가면 스트레스는 풀리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았죠. 그러던 중 휴대용 노래방 기기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이참에 나뿐 아니라 손님들도 함께 노래를 부르면 즐거울 수 있는 1석2조의 승객 서비스를 해보자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원래 손재주가 있던 그는 직접 차 안에 방음장치를 하고 노래방 기기와 반짝이는 조명을 달았다. 그러자 승객들은 "이런 택시가 있었구나" "머리털 나고 처음 노래방택시를 타본다" "색다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7년간 받은 팁만도 얼추 수백만원은 될 겁니다. 제 명함을 받아 나중에 장거리 운행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노래방택시 영업을 하면서 장 씨에겐 남다른 능력(?)도 생겨났다. 승객의 얼굴을 힐끔 보면 대충 그 사람의 심리상태가 맑은지 흐린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때 그는 먼저 대화를 건넨다. 이후 자신이 1절을 부르고 마이크를 넘기면 열에 아홉은 2절을 따라 부르며 기분전환을 하게 된다.

"한번은 부부싸움 끝에 보따리를 싸서 나온 2년 차 주부와 대구시내를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와 더불어 두 살배기 아이를 생각하라며 노래로 달래 집에 귀가시킨 적이 있고, 늦은 밤 부인과 싸운 남편이 홧김에 외박을 하려고 제 택시를 탔기에 1시간 30분을 드라이브하면서 귀가시킨 적이 있습니다."

"삶에는 긍정과 부정의 두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내가 택시영업을 하지만 긍정의 힘을 굳게 믿으면 일도 긍정적으로 풀리더라는 게 제 삶의 철학이 된 셈입니다."

술과 담배를 안 하는 장 씨가 만취한 채 방황하던 60대 노신사를 위해 두 시간 동안 함께 술자리를 하며 화를 풀어 준 일도 있다. 그가 본 대구라는 도시는 참 삭막하고 시민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경기가 안 풀리고 삶이 팍팍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는 장 씨는 노래방택시 안에서나마 남을 배려하려는 마음가짐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

본명이 '장충'인 그의 또 다른 꿈은 '대한민국 최초로 택시를 몰고 노래방 노래를 부르며 금강산을 구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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