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6'4 지방선거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들

6'4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세월호의 침몰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 그 한복판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 슬픔,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가 났을 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7가지'란 시중에서 지금 유행되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임이 틀림없다.

선거는 사실 결과보다는 과정의 예술이다. 출마 당사자에게는 결과인 당선 여부가 더 중요하겠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얻어지는 과실(果實)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각 후보들이 지역사회에 관한 여러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이에 대하여 토론하고 수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라는 제도는 그 자체가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데 유효한 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겐 당선자에 대한 기대보다는 과정에서 다수가 만들어 낸 정책 의지, 아이디어, 공감대 등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이 정책토론과 수렴과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걱정이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시간을 대부분 놓쳐 버렸다. 지역을 대표하고, 수많은 국가 예산을 집행하며 인사권까지 가진 선출직 장으로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후보를 검증하는 작업은 선거에서 중요한 핵심 절차 중 하나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어떻게든 이루어졌으면 하는 이유다. 사실 후보의 검증은 물리적으로 생업에 바쁜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언론기관이나 시민단체 같은 전문기관이 일정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종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언론과 단체들은 생태적으로 중앙정부의 대권이나,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이익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서민들이 직접 살고 있는 지방현장에 대한 사정들을 잘 모른다, 더욱이 회사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풀뿌리선거에는 관심이 없다.

사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있기 이전에도, 우리에게 주어졌던 금쪽같은 시간을 놓쳤었다. 불과 달포 전 일이다. 기억하다시피 기초선거 출마자들의 정당 공천 여부를 두고, 여야가 심히 다투면서 다 소진해 버린 것이다. 정말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결국 아무 수확 없이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말 일이었다. 정치는 늘 우리에게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어 왔던 것 같다. 불과 얼마 전에는 대선에서 한 약속들을 맘대로 바꾸어 버리고, 제1 야당은 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곡예하듯, 당명과 강령 등을 새로 내놓으니, 유권자들이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우리 정치는 정상이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4년 만에 한 번 갖는 지방선거는 아직 많이 낯설다. 그 내용도 복잡하다. 개개인이 한 투표소에서 무려 7장의 투표지에 기표해야 하는 선거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포함한 광역단체장, 구시군의 기초단체장, 정당비례대표를 포함하는 광역시도의원, 구시군의 기초의원, 제주도의 경우는 교육의원까지 해서 총 3천952명을 일시에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권자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후보가 누구인지, 무슨 정책과 아이디어를 가졌는지, 유권자 대부분은 잘 모르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간에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산에서는 무소속의 오거돈 후보와 야당의 김영춘 후보 간에 연횡이 이루어지고, 광주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의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합종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4년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그 어느 때보다 지혜로워야 할 것 같다. 분위기보다는 냉철한 판단을, 감성보다는 이성(理性)으로 투표하기를 기대해 본다. 감성보다는 아무래도 이성의 유효기간이 길 것이기 때문이다.

김병식/초당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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