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오월엔 더 외로워지는 기러기아빠

결혼 후 저는 아내와 성격 차이로 갈등이 있었지만 큰 탈은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갑자기 조기유학을 보내자고 줄기차게 요구하더니 결국 지금은 타국에서 애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장으로서 열심히 지원함이 마땅하지만 이렇게 지내다 보니 아이들도 못 만나고 오직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거기서 똘똘 뭉쳐 여기 홀로 남은 제겐 크게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서히 소식도 뜸해지고 아내마저 제가 전화를 해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집에 오면 텅 빈 느낌이 싫어 친구들과 밤낮 술 마시는 시간만 늘고 있네요. 특히, 가족의 날이 많은 오월에 아이들로부터 꽃 한 송이, 아내의 감사인사 한마디 없는 게 너무 서글퍼집니다.

뭐니 뭐니 해도 살맛 나는 가정이란 풍성한 돈이나 화려한 집보다도 그저 가족을 위해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이는 아내 모습과 아이들의 새 소리 같은 울림이 있는 집일 것입니다. 그 속에는 가족이 한 둥지에 있다는 연대감도 있고 서로 역할에 왜 충실해야 하는지를 묵묵히 가르쳐주는 교육의 장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귀하는 지금,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낸 후 아내와도 소식이 뜸해져 정서적 연결이 불안하고 대신 남편의 책임만 덩그렇게 남아 당연히 외롭고 씁쓸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귀하께서는 그리운 자식들조차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근조근 연락을 못 나누어 더욱 불안해져, 드디어 방도를 찾으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귀하의 가족은 이제부터 지금과는 다르게 깊이 있는 '가족의 만남'을 시도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때, 가족 각자는 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야 하며 그것을 통해 지금 상대의 심정은 어떠할 것이며 그래서 그에게 무슨 말을 전하는 것이 맞을지, 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귀하의 생각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따뜻하지만 정직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홀로 여기 남아 돈을 모아 보내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또 유일한 가족이 먼 타국에서 연락조차 뜸할 때 가족 존재에 대한 불안함과 서운함으로 얼마나 힘이 빠지는지에 대한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귀하가 가족과 심리적 연결의 고리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믿고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요구하는 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을 하면 아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든지 아니면 새로운 이해의 장이 열리든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가족 간에 불편한 마음을 말하는 것은 다투기 위함이 아니라 새롭게 이해하고 새로운 조율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보다 편안히 살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이랍니다. 이렇게 대화의 장이 훤히 열리면 요즘같이 통신이 잘 발달한 현실에서는 마음의 끈을 연결하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으리라 봅니다. 지금 아버지의 심정을 가족이 알고 그 마음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귀하가 꿈꾸는 가족의 따사로움은 다시 회복될 것입니다.

◆상담 신청 받습니다

부부와 가족(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문제) 또는 예비부부와 연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일들에서 도움을 받고 싶은 독자분은 누구나 지금 바로, 상담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요령:

상담을 신청하실 독자는 자신의 어려운 문제 및 문제와 관련된 가족 상황 등의 내용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http://cafe.daum.net/dwcei에서 왼쪽의 항목 중 '부부가족상담 이야기' 상담신청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개인의 신상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됩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