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반려동물 키우기-고양이의 장난기

얼마 전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를 뒤적이다 데본렉스 고양이에 대한 글을 읽었다. 놀랐을 때 동그랗고 큰 눈을 한 표정과 고양이치곤 지나치게 짧고 곱슬거리는 털과 수염, 그리고 귀만으로도 자신의 얼굴을 덮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귀를 가진 그 고양이의 모습은 내가 아는 여느 고양이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데본렉스를 처음 마주할 때 느껴지는 생경함은 비단 나뿐이 아니었는지, 그 특이한 외모 때문에 그의 이름은 '악마 왕'이라는 의미를 담은 '데본렉스'가 되었다고 한다.

이 특이한 고양이에게는 여러 가지 별칭들이 있는데 생김새 때문에 붙은 벨벳고양이, 외계인고양이라는 호칭 말고도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월등한 호기심과 장난기로 인해 '장난꾸러기 요정(픽시'Pixie) 고양이'라는 별칭도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별칭에 걸맞게 녀석들은 반려인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앉아 있거나 뛰어난 점프력을 바탕으로 집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점프하는 것도 즐긴다고 한다.

분명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집 체앨(체셔와 앨리샤)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그 글을 읽다 보니 살짝 부러운 마음이 생겼다. 융통성이 부족한 반려인과 함께 살기 때문일까, 우리 집 녀석들은-특히 체셔의 경우에는 더욱더-얌전하고 장난기도 적은 편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고뭉치 고양이보다는 우리 집 녀석들처럼 얌전한 고양이가 함께 생활하기엔 훨씬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난기가 가득 담긴 채 반짝이는 고양이 눈을 바라볼 때면, 나 역시 장난기가 올라올 정도로 다음 행동이 기대되고 흥미진진해지기에 '장난기 넘치는 고양이'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변 고양이들을 떠올려 보면 고양이들의 장난기는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친구네 냉면이는 누워서 꼼지락거리는 사람들의 발가락만 보면 장난감으로 인식한 탓인지 깨문다. 게다가 종종 반려인이 집을 비울 때면 있는 힘껏 '우다다'를 하며 빨래걸이도 뒤엎어 놓고 여러 물건들을 떨어트려 놓는 등 뒤치다꺼리 할 일들을 만들곤 한다. 다른 지인의 고양이 역시, 집안의 휴대폰 충전기 연결선이라든가, 여타 케이블 연결선들만 보면 죄다 물어뜯어 놓는 바람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체셔를 떠올려보면, 사람의 발은 그저 잠잘 때 기댈 수 있는 베개나 쿠션 정도로 인식하는 듯했고, 전선은 그냥 전선에 불과했다. 게다가 집을 비울 때면 집 안 여기저기 나와 있는 장난감들의 위치로, 분명 '무언가 하고 놀긴 놀았구나' 싶긴 했지만 그 장난감들을 제외하면 집안은 외출 전과 동일했다. 앨리샤는 체셔에 비하면 좀 더 장난기 있고 활발한 편이긴 했지만, 녀석 역시 과한 장난을 친다거나,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얌전한 체앨과 우리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난은 있다. 바로 '까꿍 놀이'이다. 문 뒤라든가, 모서리 뒤에 숨어서 고양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숨을 죽인 채 몸을 내밀었다 숨기기를 반복하다 보면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때처럼 녀석들은 점점 다가온다. 물론 내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녀석들과 눈을 마주칠 때면 녀석들은 다시 얼음 상태이다. 몇 차례 반복한 후 바로 코앞에서 내 눈과 고양이의 눈이 마주치면 녀석들은 사정없이 뒤로 내달린다. 그리고 그다음은 술래잡기 하듯이 뛰어가는 고양이를 내가 쫓아가기 시작한다. 난 녀석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는 것이 즐거워서, 그리고 고양이들은 반복되는 장난임을 알고 있음에도 재미가 있는 탓인지 몇 번을 다시 해도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장난에 넘어오곤 한다. 마치 술래를 잡으려는 것처럼, 내가 숨어 있는 벽 모서리에 쭉 늘인 몸을 기댄 채 뻗은 녀석들의 앞발과, 숨을 헐떡일 때까지 뛰고는 눈앞에서 몸을 발라당 뒤집고 숨을 고르는 녀석들의 모습을 볼 때면, 이때만큼은 녀석들도 장난꾸러기 요정 고양이 부럽지 않다. 결국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내 눈엔' 우리 집 체앨이 최고의 고양이이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