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등을 통해 '로맨틱 가이'가 된 배우 이선균(39). 이미 수년이 지났고, 이후 영화 '쩨쩨한 로맨스' '체포왕'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통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고정화된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이제야 편견 혹은 선입견을 깨버릴 작품을 만났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다. 로맨틱 가이는 오간 데 없다.
영화는 한순간의 실수로 위기에 처한 형사 고건수(이선균)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범죄 액션. 건수는 어머니의 장례식 날, 감찰 조사까지 받게 된다. 그에 앞서 아내는 이혼을 통보했다. 더럽게 재수 없는 날을 보내고 있는 건수는 경찰서로 가는 중에 교통사고까지 냈다. 사람을 치었고, 숨은 끊어진 것 같다.
당황하고 긴장한 형사 건수만이 스크린을 꽉 채워 관객을 마주한다. 로맨틱 가이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 영화는 초반부터 매끄럽게 잘 빠졌다. 긴장감을 유지하고, 유머를 곁들였다. 후반부는 강렬한 액션으로 마무리한다. 쫀득거리고 팔딱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특히 시체를 어머니의 관 속에 넣는 초반부 장면부터 영화의 기대치를 높인다. 건수는 긴박한 상황인데 관객은 긴장감을 같이 느끼면서도, 그 상황에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다.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자칫하면 피식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지만, 섬세하게 잘 표현됐다.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가진 연기의 힘 때문이기도 하다.
"시체 안치실에서의 상황이 이 영화의 관건이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그 신이 정말 재미있고 웃겼죠. 그런데 그 상황에서 너무 지나치게 연기하면, 집중도 깨뜨리고 코미디가 어설플 것 같았어요. 절박해야 하는 상황인데 웃기기도 한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죠. 그 조절을 하는 게 아슬아슬한 줄타기였어요."(웃음)
영화는 이뿐만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넣은 유머코드가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상황 속에 잘 녹아 활활 타오른다. 이선균은 "긴장과 이완이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라며 "그건 수많은 시나리오 수정 작업의 결과인 것 같다"고 짚었다. 영화는 여러 가지 제목으로, 버전도 다양하게 기획되기도 했다.
조진웅과의 연기 호흡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진웅이는 파이팅 넘치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라며 "한 살 터울인데 고맙게도 형 대접을 잘 해줬다"고 좋아했다. 또 "매 작품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며 "처음에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라며 긴장도 했었는데 연기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화장실과 아파트 신에서 이선균과 조진웅의 액션은 인상적이다. 멋지거나 감각적인 액션이 아닌,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싸움'이다. 그런데 현실적이라 몰입감이 높다. 이선균은 갈비뼈에 2㎜ 정도 금이 가는 상처를 입을 정도로 과격한 액션을 펼쳤다. 그는 "무술팀이 '이 액션은 그냥 맞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선균은 "화장실 신과 후반부 아파트 신이 대본에 너무 아프게 묘사가 돼 있더라. 대본만 봐도 감독님이 변태적이라고 생각했다"며 "각오를 했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렇게 다친 건 처음이지만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부상은 그냥 훈장 정도로 생각한다"고 즐거워했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이선균이 감독에게 고마운 이유는 그 자신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이끌어 내줬기 때문이다. 건수 캐릭터는 이선균이라는 배우에게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다. 이선균의 팬이라면 분명 이 영화 역시 좋아할 게 틀림없다. 팬들이 로맨틱 가이의 모습을 기대했더라도, '끝까지 간다'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 걸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까.
"솔직히 이 영화에 투자하시는 분들도 반신반의했을 거예요. 이선균이 처음부터 끌고 갈 수 있겠느냐고 고민하셨겠죠. 항상 여배우와 같이 나왔던 친구인데 첫 신부터 끝까지 나오니 말이죠. 특히 요즘은 주연배우들이 멀티캐스팅이잖아요. 정말 부담이 됐었죠. 영화 끝나고는 제작사 대표님에게 '내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인데요?'라는 말까지 했었거든요. 하하하."
새로운 도전에 대해 걱정할 만하지만 결과물이 나온 걸 보면 괜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선균은 "언론시사회와 대중의 반응이 아직 나쁘지 않아 좋다. 한편으로는 괜한 인사치레 같기도 하다"면서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계속해서 좋아해 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제까지 제가 나온 영화 중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제일 잘됐는데요. 그 영화는 (류)승룡이 형이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나오는 것도 모르는 분이 많아요(웃음). 이 영화가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 스코어가 나왔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죠. 또 배우들은 부딪히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얻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됐든 나중에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영화를 했던 게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아요."
새로운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만족한 것 같은데 '로맨틱 가이'라는 별명도 버리기 싫은가 보다. 그가 "로맨틱 코미디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선균은 "로맨틱 가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이었을 뿐이지 그 장르의 작품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한테 바라는 모습이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라면 그것도 기쁘게 잘해내고 싶어요. 다른 모습으로 찾으신다면 그것도 당연히 잘하고 싶죠. 뭐든 마찬가지예요. 사극도 안 해봤는데 해보고 싶은 마음은 일종의 도전인 거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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