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텃밭으로 일구는 공동체] 중구 대봉2동의 '텃밭 이웃'

"함께 키운 상추로 삼겹살 파티 즐거워요"

도심 텃밭 조성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은 대구 중구 대봉2동. 대구시에서도 하고, 대학생들로 구성된 '도심오아시스플랜팀'도 빈집과 폐가를 허물고 텃밭을 조성하고 있다.

"상추와 쑥갓, 부추가 참 맛있어요. 이웃과 나눠 먹으니 아주 좋아요." 대구 중구 대봉2동 안순연(58) 씨는 텃밭 자랑에 신이 났다.

텃밭에서 작물을 기르는 일은 발코니에서 화분으로 기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즐겁기 때문이다. 이웃과 오갈 일이 없는 아파트 생활과 달리 텃밭에서 만나는 이들과는 나눌 얘깃거리도 많다. "텃밭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남처럼 살았어요. 그러나 텃밭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말을 주고받게 됐어요. 옛날처럼 이웃이 된 거예요."

안 씨는 무엇보다 흉물스러운 폐가를 정리한 게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고 했다. "밤길을 다닐 때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이 출몰할까 겁이 났어요. 그러나 이제는 말끔히 치워 마을이 깨끗해졌고 무엇보다 서로 안부를 묻는 등 이웃에 관심을 두게 된 게 큰 변화라면 변화예요." 텃밭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했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물을 주니 하루가 다르게 작물이 커가는 재미는 안 길러본 사람은 몰라요. 최근에는 이웃들과 상추와 쑥갓 등으로 삼겹살 파티를 열었어요. 이게 공동체 복원이고, 소통 아니겠어요. 학생들이 고맙지요."

이런 마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사람은 도시농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도심오아시스플랜팀'. 손준익, 이동호, 김경진 씨 등 경북대 학생들은 도시를 재생하고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기로 하고 흉물스럽고 범죄와 화재가 도사리는 빈집에서 가치를 발견했다. 이들은 2012년 동료들과 도심오아시스플랜팀을 결성해 '시간과 공간연구소' 전충훈 사업국장과 손잡고 주택가의 빈집이나 폐가를 텃밭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먼저 농사짓기에 적합한 빈집을 찾아 나섰다. 특히 빈집이 많은 대봉동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손준익 씨는 "'왜 남의 집에 기웃거리느냐'며 여러 차례 봉변을 당하기도 했어요." 집주인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웠다."특히 땅 문제는 다른 것에 비해 예민해요. 힘들었어요."

이들은 지난해 여름 2곳에서 집주인의 텃밭 조성 동의를 받아냈다. 관공서에서 흙을 얻어 땅을 일구고 목공소에서 얻어 온 폐목재로 울타리도 만들었다. 그랬더니 여느 정원 못지않게 산뜻해졌다. 텃밭 1호가 탄생한 것이다. 가을엔 또 하나의 빈집 텃밭을 일궈 이웃에게 분양했다. 김경진 씨는 "주민자치센터 협조를 얻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텃밭 조성을 알리고 분양 신청을 받았다"며 "호응이 좋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텃밭 조성 사업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고 했다. 이동호 씨는 "농대생이라고는 하지만 농사를 실습할 장소도 기회도 부족하거든요. 농사지어본 적도 없었고요." 그랬던 동호 씨가 텃밭을 일구면서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농사를 이렇게 도시에서도 지을 수 있구나"하는 것을 발견했단다. 작물에 따라 언제 무엇을 심을지, 어떻게 키우고 갈무리하는지, 동네 어르신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도시농업지원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손준익 조합 대표는 "중구에서 벌였던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도 넓혀 나가는 한편 조합을 설립해 텃밭 조성과 분양, 교육, 나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틀을 갖춰 도시농업을 제대로 해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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