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논쟁] 국민 참여 여론조사

"주민 의사 확인할 개관적 수단"…김용대, "당내 후보는 당원들에게 맡겨야"…위&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명분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경선에서 조사방식 등 숱한 문제제기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 방식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새누리당 대구 기초단체장 경선 여론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후보와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거센 항의를 했다. 매일신문 DB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명분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경선에서 조사방식 등 숱한 문제제기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 방식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새누리당 대구 기초단체장 경선 여론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후보와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거센 항의를 했다. 매일신문 DB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실시한 국민 참여 여론조사와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다.

새누리당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지역에 따라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50% 혹은 100% 참여하는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 왜곡 등의 문제가 불거져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흘러나오자,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개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당원 참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위현복 리서치코리아 이사와 오차범위 내일 경우에만 보완하자고 주장하는 김용대 경북도당 여론조사소위원장을 만나 여론조사 개선 방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주민 의사 확인할 개관적 수단"…김용대 경북도당 여론조사소위원장

-각 정당이 도입한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직선거법에는 정당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고, 공직 후보자 추천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주민들, 유권자 의사를 반영한 객관적인 추천을 말한다. 가장 객관적인 근거를 찾으라고 하면 민심의 방향, 주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단이 바로 여론조사다.

-실제 경선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여론조사 결과로 공천 여부를 가르는 곳일수록 불합리한 경우가 더 많았다. 경북지역 일부 기초의원 선거구 가운데는 여론조사 결과 1%포인트 미만으로 확정된 데가 열댓 군데다. 유능한 정치 신인이지만 인지도가 낮아 현역한테 밀리는 사례도 많았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전과나 흠집은 모두 묻히기도 했다. 여론조사 업체가 KT에서 대표 전화번호를 받다 보니 선거구가 아닌 인접지역에 전화를 걸어 전화설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화면접에서 거주지를 확인하고 있지만 응답자가 속이면 어쩔 도리가 없다.

-여론조사 경선에 대한 논의는 공천폐지 논란에 이은 상향식 공천으로 거슬러 간다. 당원투표,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국민여론조사 중 여론조사 경선 채택 배경은?

▶현재 당헌당규를 해석하면 자격 심사, 즉 서류 심사만으로도 공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현행 당헌 당규를 참고해서 공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여론조사 경선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0.1% 차이라도 이긴 사람에게 공천을 주게 됐고, 완전히 여론조사만에 의한 공천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으론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를 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검토된 대안이 여론조사라고 보면 된다. 당규에 예외적으로 둔 규정이 원칙이 돼 버렸다. 불과 선거 4개월 전에 공천제 문제가 정리되는 등 선거에 임박해 결론이 났다. 각 당이 시간적으로 쫓기면서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를 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여론조사를 보완할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그대로 하고, 오차범위 내인 경우엔 기타 자질, 전문성, 도덕성, 당선 가능성, 당과 사회에의 기여도 등 4가지 심사표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천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참여경선 1표와 여론조사 0.1%의 가치는 다르다. 여론조사에는 기술적 문제가 있어서다. 여론조사 결과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을 땐 그 결과에 전적으로 기속되지 말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위원회가 결정을 하는 것이 옳다. 국회의원이 개입했다는 등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공천이란 것이 어차피 과학적 잣대를 가지고 할 수는 없다. 심사위원이나 당협위원장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면 된다.

서면합의에 의하지 않은 여론조사 경선을 고려해야 한다. 서면합의에 근거한 여론조사 경선은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아 체육관 경선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경선 낙선자는 같은 선거구에 출마할 수 없다.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탈락자에게도 출마 기회를 줘야 한다.

인지도 낮은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10% 졌더라도, 자질이 좋은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역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은 진입할 수 없다.

-문제가 많은 국민 여론조사보다 당원에 정당공천권을 부여하는 건 어떤가?

▶정당공천이니까 당원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논리도 맞다. 하지만 민주주의 발전 역사를 거슬러봤을 때 우리는 중앙집권체제의 정당 구조여서 당원 등 하부 구조가 취약하다. 건전한 뿌리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권을 주면 조합장 선거로 전락할 위기가 있다. 그래서 전적으로 당원투표에 의존하는 공천은 아직 무리다.

장기적 관점에선 정당 문화를 성숙시켜야 한다. 정당이 꾸준히 새로운 당원을 만들고, 당과 지역사회의 밀집성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로선 여론조사 경선이 가장 객관적이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당내 후보는 당원들에게 맡겨야"…위현복 리서치코리아 이사

-6'4 지방선거와 관련, 정치권의 당내 경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국민 참여 여론조사 경선을 시작했지만 여론조사 왜곡 등의 문제로 정치권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다음 선거에서도 국민 참여 여론조사 경선을 계속해야 한다고 보는가.

▶여론조사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일반 국민들만 참여하는 여론조사로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 후보를 뽑는 여론조사는 그 당을 지지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정 당을 지지하지도 않고 당내 후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번 정치권 홍역도 당원들의 참정권을 보장해 주지 않은 데서 일어난 것 같다. 실제 당원들의 참여 비중이 높은 곳은 경선 결과에 쉽게 승복을 하는데, 여론조사만으로 결정된 곳은 후보와 당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렇다면 당원 100%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보는가.

▶당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당원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그 대상이 쉽게 노출된다. 그렇게 되면 당원을 매수하려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번 경선 방식은 사실상 국회의원 입김만으로 후보가 결정되던 예전의 폐해를 극복하자고 나온 대안이다. 그 취지를 살리면서 당내 경선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민 참여 여론조사는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당원들의 직접 투표는 50%가 넘도록 해 당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공천 경선에서 단기전화를 통한 착신전환 조작, 지역'연령대'성별 샘플 미흡 등으로 여론조사 신뢰성이 도마에 올라 경선 불복 사태까지 발생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당내 경선임에도 여론조사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가 50%나 100%까지 작용하다 보니 후보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목숨을 걸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처럼 공천 경선이 본 선거 당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곳은 후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론조사 지지도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단기전화를 이용한 착신전환도 그중 하나다.

두 번째는 여론조사기관의 전문성 부족이다. 여론조사기관도 여론조사 방법이나 대상에 따라 특화된 분야가 있다. RDD(임의전화걸기) 방식의 선거 여론조사는 샘플링 등의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경험이 많은 여론조사기관이 맡아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기관 선정 기준이 매출액에 따라 결정됐다. 상품의 선호도 등을 물어보는 상품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아무래도 매출액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곳은 선거 여론조사에는 서툴러 여론조사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선거 여론조사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비율을 정확하게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농촌 지역은 이런 비율을 맞추기 어렵다. 또 주소는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거나 유선전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대상을 비율에 맞춰 구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런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20대가 아니면서도 20대라고 대답을 한다거나 해당 선거구에 살고 있지 않으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정당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 여론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향식 공천제는 정당정치가 어느 정도 뿌리 내린 지역에서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당정치가 자리 잡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정당정치를 구현하려고 하니까 소위 말하는 선거꾼들이 꼼수를 부릴 수 있는 틈새가 많아지는 것이다.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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