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외부업체 위탁 등 소방'안전점검을 알아서 하도록 한 소방법이 안전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 점검할 때만 잠깐 정비를 하는 등의 허점을 드러내 철저한 관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서 관계자는 "각 건물의 점검상황을 서면으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는지를 알기 어렵다. 매년 하는 특별점검도 전수조사가 아니라 일부 위험 건물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이마저도 영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점검 1주일 전에 건물주에게 통보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소방당국이 꼼꼼하게 잣대를 들이대면 지적사항이 줄을 잇는다.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한 쪽방촌과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점검대상 296곳 중 31곳(49건), 즉 10% 정도에서 허술한 관리가 지적됐다. 안전시설 미비(20건), 관리소홀'자체점검 부실(16건), 매뉴얼 및 지침 미비(5건), 교육 및 훈련 미흡(5건) 등이 지적됐다. 건물주에게 맡긴 자체 점검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방점검에서 발견되거나 지적되지 않은 사례도 목격됐다. 실제로 소방점검을 받은 호텔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찾아가봤더니 화재 감지 및 소화시설, 피난 유도등 관리가 엉망이었다.
22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한 호텔. 야외 주차장 캐비닛형 소화설비(10개)는 겉면 일부에 녹이 슬었고, 일그러져 구겨진 곳도 있었다. 쇠줄로 묶어 문을 열 수 없게 해놓은 곳도 있었다. 주차장 안쪽에 비치된 소화기의 제조일자는 2001년 4월로 소방방재청이 교체를 권고한 8년을 훌쩍 넘었다.
1층 연회장 복도에 있는 무릎 높이의 피난 유도등은 전등이 꺼져 있는데다 바로 앞에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눈에 띄지 않았다.
북구의 한 전통시장 청과물상가 2층은 ㅁ자형 복도에 출구를 가리키는 피난 유도등이 2개뿐이었고, 복도 유도등은 아예 없었다. 낡은 상가의 좁고 어두운 복도에는 적치물이 잔뜩 놓여 있었다.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자체 소방점검을 받고 있고 소방서에서도 수시로 찾아와 시설 점검을 한다"고 했지만 불이 났을 때 과연 제 기능을 할지는 의문스러웠다.
대구 동구의 한 도시철도 역사. 지하 2'3층에 비친 된 방독면 가방 겉면에 '2004년'이란 생산연도가 적혀 있었다. 가방을 열어보니 마스크와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된 정화통에는 제작연도가 없었다. 역 사무실에는 방독면 제작연도와 사용기한을 적은 관리대장도 없었다. 방독면과 공기호흡기 등 구조안전 장비는 대구도시철도공사가 고용한 소방점검업체의 관리 목록에 빠져 있어 점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오늘은 정상 작동하더라도 내일 고장 날 수 있는 것이 소방설비다"며 "수시로 점검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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