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3시 톨게이트를 통과해 들어선 상주. 북천을 가로지르는 상산교, 화천교 자그마한 다리 옆 교차로에 현수막이 펄럭거렸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한 아주머니는 "어젯밤 현수막을 막 내걸더라. 아, 선거구나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무공천을 결정해 무소속 시장 후보만 4명이 나온 이곳은 공식선거운동 첫날이라기엔 시민들의 표정이 무심했다.
쌀, 곶감, 누에고치 특산물로 유명한 상주는 이 모두가 하얗다고 해서 삼백(三白)의 고장이지만, 선거전은 깨끗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름에 '백' 자가 들어간 전'현직 시장 이정백, 성백영 후보의 비방 난타전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입소문을 타고 선거판을 흐릴 대로 흐려놨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 측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판이라 해 볼만한 싸움이라고 했고, 성 후보 측은 맨발로 뛰어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상주시외버스터미널 앞 택시휴게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손님을 기다리던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옛날에는요 손님들이 '공기가 누가 좋습디까' 묻기도 했는데 요즘엔 도통 그런기 없어."
"소 미기는(먹이는) 사람들은 (축협조합장 출신인) 이정백이를 찍을 것이고, 좀 더 해보라는 사람들은 현 시장(성백영) 찍겠제."
"새누리당이 (성 후보를) 공천했다가 다시 안 했다카던데, 뭐시 잘못이 있는 거 아니겠어? 둘 다 한 번씩 (시장) 해묵은 사람들이라 누가 월등히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감."
두 후보는 다음 날 있을 KBS TV토론을 준비하고 있었다. 짧게 시간을 내달라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성 후보는 "시민들이 공천 줬는데 중앙당이 무소불위 권력으로 공천을 박탈한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시민 참정권을 묵살시킨 것 아니냐. 당선돼 명예회복하겠다"고 했다. 100% 여론조사 경선으로 본인이 공천됐지만,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져 무공천 지역이 된 것에 대한 앙금이 있었다. 이 후보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선거도 시장 자질을 평가받는 과정이다. 품격있는 유세 했으면 좋겠다. 상주시민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종태 국회의원에게 성 후보가 공천 대가로 20억을 줬다는 출처 불명의 이야기가 떠도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 같았다.
이 후보는 "(민선 4기 시장 시절)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시건방 떨었고, 겸손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 때 서울에 가니 사람들이 '어떻게 텃밭에서 한나라당 공천받고 떨어질 수 있느냐'며 야단을 치더라"고 했다. 성 후보에게는 "서로 네거티브 하지 않느냐. 이제는 선거를 좀 축제 분위기로 했으면 좋겠다. 우리 둘 다 지역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4년은 시작, 8년은 완성'이라는 성 후보는 시정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재선 시장이 되면 더 이상 안 할 것이냐 물었더니 "그땐 우리 주민들이 평가하겠지. 더 해달라, 그만하라. 그 뜻에 따를 것"이라 했다.
'이젠, 일 좀 합시다'라는 슬로건은 성 후보를 겨냥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한 이 후보는 "상주에서 나고 자라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이다. 서울에 있다 온 사람과 나는 다르다"라며 '상주토박이론'을 내세웠다.
리턴매치는 한마디로 흥미진진하다. 4년 전, 이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도 친박을 내세운 당시 미래연합 성 후보에게 패했다. 이후 19대 총선에서 성윤환 국회의원은 김종태 국회의원과의 경선에서 졌다. 박탈당하긴 했지만 성 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던 사실은 다 안다. 주민들은 이번 상주시장 선거가 전'현직 국회의원의 대리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후보에게 성 전 의원과 연락하는지 물었더니 "이틀 전에 전화통화를 했다. 열심히 해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풍물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상주는 제2의 전라도라고도 하고, 경상도의 하와이라고도 하지요. 맘에 안 들면 확 바까삘 수 있는 기질이 있으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제일 높았지만 한나라당 새누리당 후보를 무조건 찍지는 않잖습니까. 선거 초반이니께 좀 지켜보입시더."
2강 구도다. 상주에는 송용배 전 김천부시장, 황해섭 전 KBS방송기술연구소장도 열심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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