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수용된 환자의 경우 입실 기간이 길어지면 불안 상태와 우울, 환청 등 정신 증상이 커진다고 한다. 이를 'ICU(Intensive Care Unit)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일반 병실로 공간이 바뀔 경우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의학계에서는 낯선 환경과 병실 소음, 격리 상태 등 특수한 공간환경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증 등 일종의 심인 반응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공간과 주변 환경이 인간 심리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히키코모리 증상이나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인류를 괴롭힐 질병 2위로 전망한 '빈둥지 증후군'도 넓은 의미에서 심리적 단절 등 공간과의 소통양식에서 빚어지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한 달을 훌쩍 넘겼다. 288명의 생사가 확인됐지만 여전히 실종자가 16명에 이른다. 사고 직후 진도체육관은 가족들로 비좁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수십 명만 남은 상태다. 빈자리가 늘면서 남은 가족에게 일종의 심리적 ICU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다. 한 실종자 가족은 "좁다고 여겼던 체육관이 어느 순간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빈 공간이 아직 가족을 찾지 못했다는 압박감으로 작용해 불안'초조감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체육관에는 떠난 가족들이 사용한 이불이 여전히 깔려 있다. 너무 휑하다는 말에 그대로 깔아놓은 것이다. 비슷한 처지라는 교감과 심리적 의존 상태에 익숙했다가 주변 환경이 확 바뀔 경우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훈련소나 교도소 등에서 흔히 체험하는 스트레스 현상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침묵의 언어'에서 문화적 차이가 타인과의 거리나 공간의 소통방식을 만든다고 했지만 세월호나 동일본대지진 이재민 사례 등 특수 환경에서는 별개의 문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진도체육관에 수용된 실종자 가족을 담은 사진과 동일본대지진 때 이재민을 수용한 체육관 사진이 나란히 SNS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당시 네티즌들은 임시구조물까지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배려가 극과 극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달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미묘한 시각차도 나타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공간 변화에 따른 심리적 반전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진도체육관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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