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뉴욕타임스에 저명한 내과의사이자 하버드대학 교수를 역임한 92세의 노의사인 닥터 렐만의 소회가 게재됐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논문지인 뉴잉글랜드저널의 편집장까지 지냈던 노의사는 집 계단에서 굴러 두개골 골절과 척추뼈 세 개가 부러지고 안면 여러 곳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고 수개월째 병원 신세를 졌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렐만 박사는 환자로 입원하기 전에는 친절하고 좋은 간호가 환자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기여하는지 미처 몰랐다고 했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고백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환자의 상태에 관한 각종 정보는 환자 침대 옆 모니터에 다 표시된다. 혈압과 심박수, 호흡, 각종 검사결과 등 모든 정보가 표시되는 모니터를 보는 것만으로 의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인간적인 소통은 소홀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렐만 박사는 자신이 잘 개발된 약들과 최신 의료기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졌지만 첨단의료기기보다는 가족들과 간호사들의 사랑과 헌신, 격려가 환자의 회복을 위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했다.
또 어느 정도 회복한 후 자신의 병실의무기록을 봤더니 그날 그날의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들에 관한 인간적인 기록은 없고 온갖 기술적인 수치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주치의와 대화나 소통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고 했다. 입원한 환자를 위한 인간적인 치료와 관리는 대부분 간호사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따뜻한 인간성과 실력, 열정을 가진 간호사 없이는 중환자의 치료 결과가 결코 좋을 수 없다는 사실도 경험했다고 밝혔다.
실제 의사들은 수술실이나 외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입원환자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보살피는 간호사들이 알려주는 환자의 상태에 관한 정보와 치료 제안은 매우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간호사들의 관찰이나 의견이 환자, 보호자, 의사들의 무시를 받거나 간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렐만 박사의 고백 요점은 입원환자의 치료 관리에는 간호사의 역할이 지극히 중요하고 의사의 인간적인 접촉과 소통이 첨단기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비밀은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 있다"던 하버드대학병원인 메사추세츠종합병원 현관에 쓰여 있던 글귀가 다시 생각난다.
박경동 효성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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