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시집 『참깨를 털며』, 창비, 1977.
무엇을 센다는 것을 모티프로 한 시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셈이 필요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를 세지 않으면 안 된다. 적은 수보다는 많은 수를 좋아한다. 학생 때는 높은 점수를 받기를 원하고, 자라면서 키의 눈금이 높은 수이기를 바란다. 어른이 되면 통장에 수의 크기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산다는 것은 수를 세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4행으로 된 이 짧은 시는 센다는 것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시다. 적지 않은 울림이 있다. 감꽃을 센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감꽃은 아무리 많이 주워도 돈이 될 수 없다. 감꽃을 센다는 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이다. 아무리 욕심 부려도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청년이 되어 군에 가면 적을 죽여야 하고 죽은 병사의 머리 수가 많아야 훌륭한 군인이 된다. 많이 죽일수록 애국자가 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성인이 되어 갈수록 순수를 잃어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3행의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는 행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우리들의 초상이다. 사실 물질은 살기에 부족함이 없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는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부른다. 연봉 몇 억을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그러고도 더 많이 모으려 한다. 세월호의 비극 뒤에는 이런 숫자에 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배려 없이 돈만 세려는 자본의 논리가 이런 비극을 불렀으리라.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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