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홍역이 집단 발병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듯했던 홍역이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홍역뿐만 아니라 장티푸스와 볼거리, 수두, 풍진, 백일해 등 최근 국내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전염병이 다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위생적인 환경과 어린이 예방접종 시스템의 정착으로 없어진 줄 알았던 전염병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보다는 성인들이 감염되는 경우가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돌아온 전염병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국민대 학생 10명 등 서울지역 대학에서 12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의심 환자가 5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퇴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홍역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3일까지 발생한 홍역 환자는 276명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발생 환자 수인 107명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2012년 국내 홍역 환자가 단 3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홍역은 2001년 국내에서 대유행한 뒤 거의 사라졌던 질병이다. 2001, 2002년 당시 5만5천69명이 홍역에 감염돼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역은 생후 12~15개월 사이에 1차 접종을 하고 4~6세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역학조사결과 당시 7~15세 아동 중 80%가 1차 접종만 한 상태였다. 정부는 8~16세 어린이 및 청소년 570만 명에 대해 일괄적으로 2차 접종을 실시해 큰 효과를 봤다. 5년 후 홍역은 국내 인구 100만 명당 1명 미만이 발병하는 데 그쳐 청정구역으로 인정받았다.
돌아온 전염병은 홍역뿐만이 아니다. 볼거리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2012년 7천492명이던 볼거리 환자 수는 지난해 1만7천24명으로 2.5배나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이달 3일까지 벌써 6천24명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수인성 전염병인 장티푸스는 2012년 129명에서 지난해 156명으로 환자 수가 다소 늘었다. 올해도 83명이 장티푸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백일해는 2010년 27명에서 2011년 97명, 2012년에는 230명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36명으로 주춤했지만 올해는 25명이 환자로 판명됐다.
백일해는 특히 청소년 환자들이 많았다. 2009~2013년 5년 동안 발생한 464명의 백일해 환자 가운데 39%에 달하는 183명이 청소년이었다. 특히 2012년에는 전체 백일해 환자 230명 가운데 160명이 청소년이었다.
수두 감염 환자 수도 증가세다. 수두 환자는 2010년 2만4천400명에서 2011년 3만6천249명으로 늘었다. 2012년에는 2만7천763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만7천361명으로 급증했다.
◆해외여행'단체생활이 주범
잊혔던 전염병이 재유행하는 이유는 해외여행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사라진 질병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위험한 전염병이 적지 않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올 들어 수천여 명이 홍역에 감염돼 10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감염내과 권현희 교수는 "항체가 없더라도 국내에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감염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저항력이 없는 상태에서 해외여행을 갔다가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오염된 물로 전염되는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도 해외여행에서 걸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따뜻해지는 기후변화도 한 원인이다. 아열대나 열대지방에서 성행하는 뎅기열의 경우 2011년 72명이었던 환자 수가 2012년 149명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에는 252명이 감염됐다.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신체의 방어력이 떨어져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학교나 회사 등 공동시설에서 단체급식을 하면서 전염병이 집단적으로 번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성인들도 예방주사 맞아야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열이 나고 콧물과 결막염, 붉은 반점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고 면역력이 약한 경우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이다. 기침을 동반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발작적인 기침이나 4주 이상의 만성기침 등을 유발한다. 어린아이의 경우 기침 때문에 구토를 하거나 심한 경우 호흡 정지, 폐렴 등이 올 수 있다.
볼거리는 입 안에 있는 침샘 가운데 가장 큰 귀밑샘이 부풀어 오르는 게 특징이다. 2, 3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두통, 근육통,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파상풍이나 백일해는 10년마다 1회씩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A형간염의 경우 예방접종을 한 후 6개월~1년 사이에 추가접종을 해야 항체가 형성된다. 홍역과 볼거리, 풍진은 해외여행이나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 최소 한 차례 이상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은 풍진 항체 검사를 해야 한다. 수두도 39세 미만까지는 위험군에 속하므로 항체 검사 후 2회 접종하는 것이 좋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저개발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최소한 한 달 전에는 황열병과 A형간염, 장티푸스, 수막알균, 수두, 광견병 등의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계명대 동산병원 감염내과 류성열 과장은 "대학생들은 홍역 항체가 있을 확률이 낮기 때문에 검사 없이 접종을 해야 하지만 45세가 넘으면 수두나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나이나 영양상태, 질환 등에 따라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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