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에서 시설 종사자들이 일하면서 힘들어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당연히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상대하면서 부딪히는 일들이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어도 여러 일이 사람들을 난감하게 한다. 그중에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것이 각질이다. 어르신들의 방은 하루에 여러 차례 닦아도 깨끗하게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각질 때문이다. 아침에 청소하고 점심때 들어가 보면 각질들이 뽀얗게 방바닥을 덮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질은 방치했을 경우 2차 감염의 우려가 아주 높다. 그래서 각별히 신경이 쓰인다. 대소변 처리하는 것도 부담되지만 각질 제거하는 것도 큰 힘이 든다. 침대 밑으로 쌓이는 등 방안의 집기 아래로 숨어드는 것이 각질의 특징인 만큼 관리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시설 종사자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적당히 하고 싶어 한다. 보이는 곳만 닦을 뿐 매번 침대 밑 등 보이지 않는 곳은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관리 감독하는 사람은 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청소 점검 대상으로 구석진 곳만 한다. 그러면서 제시한 것이 '낙엽론'(?)이다. 큰 길가의 가로수 낙엽은 책갈피에 꽂아 두기로 하면서 왜 인간 몸에서 떨어지는 것은 그렇게 싫어하느냐고 역정을 내보기도 한다. 물론 억지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좀 더 애정을 갖고 봉사할 것을 주문하기 위해 친화력을 가지는 자세가 으뜸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은 시설 종사자 교육시간에 앞서 말한 낙엽론을 이야기 했다. 많은 생명체의 경우 오래 되면 오래될수록 그 가치를 인정한다. 낙엽의 경우는 앞서 이야기대로 낭만의 대상이 되어서 우리 가까이 두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모두가 나이 들어서 가는 그 현상을 왜 싫어하느냐 반문했다. 참석자 모두는 그냥 웃기만 한다. 이후 비슷한 내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 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어르신들의 분비물에 대해서 더 친숙해졌어도 낙엽을 대하듯 못 하는 태도는 똑같다. 왜 그럴까? 오래된 고목을 보면서는 쩍쩍 갈라진 껍질을 어루만지기도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때 결론은 스킨십을 자주 해드리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몸을 자꾸 보듬고 만지는 방법이 가장 좋다. 시설 종사자들이 어르신들의 등을 긁으며 "할머니 몸 구석구석에 세월의 연륜이 쌓이고 쌓였네요. 정말 보기 좋네요"라는 말까지 덧붙여 생활한 결과는 너무도 달랐다. 어떤 시설 종사자들은 '어르신들 몸이 진짜 아름답다'고 까지 말하는 것이 아닌가. 경험적 이야기지만 정말 가까이 있는 어르신들의 몸을 자꾸 어루만져 줘보라. 정말 느끼는 것이 있다. 물론 마음을 활짝 열고 나면 진정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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