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로 인해 선거철마다 시끄럽던 확성기 소음도 잦아들었고 국적불명의 집단 율동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로고송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후보는 누구인지, 공약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남은 열흘 동안 각 정당과 후보들은 매스컴과 거리 유세 등을 통해 안간힘을 다할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뉴미디어 공간에서의 선거 캠페인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에 미칠 영향력이다. 인터넷 포털과 방송, 팟캐스트, 유튜브 등은 물론이고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SNS는 뉴미디어로서 기능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뉴미디어는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의 거리를 줄여주었고, 유권자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해왔다. 정치적 의견을 제기하고 그것에 관해 집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사용자들 사이의 여론형성을 가능하게 하였다. 유권자들은 정보 수용자(受容者)에서 벗어나 본인의 주장을 SNS를 통해 확산시킬수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뉴미디어와 SNS가 엄격한 사실 검증 없이 활용될 경우 상당한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다. 현재 한국에는 2천만 명의 SNS 사용자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와 수도권 거주자가 더 많이 활용하고 있어 정보의 격차를 키우고 있다. 또 이념의 편중성이 심각하다. 사용 언어와 표현의 저급성도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되면 SNS가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여 바람직한 여론을 형성해내는 공론의 장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2011년 서울시장이 된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뒤에는 인터넷 방송 '나꼼수'의 활약과 20, 30대 트위터 사용자들의 투표참여 증가가 있었다.
'나꼼수'의 활약에 고무받은 민주통합당은 김용민 씨를 2012년 총선에 공천을 하였다. 그러나 김용민 씨가 인터넷 성인방송에서 했던 막말들이 폭로되면서 사퇴공방이 벌어졌다. 민주통합당과 그의 사퇴거부 및 총선 완주는 민주통합당의 수도권 압승 목표를 무산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말았다.
주목할 점은 '김용민 막말 파문'이 터졌을 때 SNS에선 한 방향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극단적 세력들이 SNS 공간을 지배하면서 김용민 구하기 전쟁을 치른 것이다. 사퇴를 주장한 민주당 원로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변절자로 규정되었다. 표면적으로는 극단 세력이 이긴 것처럼 보였으나 60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의 트위터 이용자들의 '상식'적 판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상식과 기본을 벗어난 그들의 극단적 주장에 다수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이 사례는 뉴미디어 공간이 건전한 상식과 윤리에 기초하지 않을 경우, 또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경향이 지나칠 경우 뉴미디어 활용자들은 건실한 시민윤리와 양심에 따른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뉴미디어와 SNS 공간은 분화, 변환, 확대의 과정을 겪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중장년층의 참여도 늘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소통하고 생활정보를 날리다가 정치적 이슈에 관한 글도 퍼 나르기 시작했다.
다만 안타깝고도 걱정스러운 것은 아직도 '끼리끼리만' 소통한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는 뉴미디어 공간에서도 세대 간 및 이념 간 분절 현상을 심화시키며 다른 견해를 수용하고 진정성 있게 논의하는 관용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뉴미디어 공간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추궁과 정부 비판만 판을 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책략과 손바꿈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배제될 경우 무역에 미치게 될 악영향 등 소위 대한민국의 중요하고도 일상적인 이슈들은 논의조차 없다.
뉴미디어의 생산자와 소비자들, 또 쌍방향 프로슈머(Prosumer)들은 시민사회 정신과 상식의 바탕 위에서 이성적 비판과 논의를 권장하여 폐쇄적 집단문화를 배격해나가기를 바란다. 그리해야만 시민의 진정한 정치참여를 확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인제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