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을 긍정적인 맥락에서 사용한다. 부자들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자세라는 얘기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속담은 정승같이 쓰기만 하면 무슨 짓을 해서 벌었든 상관없다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정승같이 쓰면 개 같이 벌면서 저지른 악행은 과연 용서될 수 있는가.
개같이 번다는 것은 한편에서는 피눈물 흘리는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존경받는 '기부왕' 카네기와 록펠러의 재산 형성과정이 바로 그랬다. 카네기는 1892년 자신의 소유인 '홈스테드 제강소'의 파업'을 폭력으로 짓밟아 10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를 냈다. 도서관 자선 사업에는 돈을 퍼주면서 정작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의 임금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삭감했다.
록펠러의 거대한 재산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업체 죽이기의 결과였다. 그가 소유한 기업은 살인적인 노동력 착취와 저임금으로 악명높았다. 1914년에는 콜로라도주 러로드 광산의 파업을 민병대를 동원해 잔인하게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17명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이 어린이였다.
지금까지 무려 30조 원이 넘게 기부한 빌 게이츠도 다르지 않다. 독점적인 컴퓨터 운영체제로 부를 거머쥐었다. 독과점 문제로 미국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받고 시정명령도 받았다. 그의 기부에 대해 "경제적 착취를 박애주의라는 가면으로 숨기려는 행동"(슬라보예 지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사실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갖게 한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더 나은가 아니면 정승같이 쓰지 않아도 좋으니 개같이 벌지 않는 게 더 나은가?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지난해 변호사를 개업해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그 비결은 뻔하다. 전관예우다. 실제 통계가 보여주듯 전관예우는 유리한 판결을 낳는다. 이는 전관예우로 반대편 소송 당사자가 억울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또한 없어져야 할 적폐다. 안 후보자 측은 16억 원 중 4억 7천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전관예우 받아 16억 원을 벌고 4억 7천만 원 기부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 더 나은가 아니면 전관예우를 받지도 않고 기부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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