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를 따라 올라온 23일 영덕군. 정치 1번가로 불리는 영덕읍 약국네거리엔 선거 출마자들의 사무실이 한 집 걸러 한 집씩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네거리 등산복 매장 앞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여만 반나절 있어보믄 분위기 알 수 있을거를? 근데 영덕에선 마흔은 인간도 아이고, 쉰이믄 아라, 아. 너무 어린 아들이 나온 거라 그런지 얼굴도 몰라. 거서 거지"라고 했다. 선거에 나선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모두 마뜩잖다는 눈치였다.
세월호 참사로 숙연한 분위기에서 치러지지만 선거를 알 만한 이들 사이에선 가장 시끄러운 곳이 영덕이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기호 1번 이희진 후보에겐 지역구 국회의원 오더(order), 여론조사 조작, 당원명부 유출 의혹과 논란이 제기된 터였다.
자신을 정치에 관심 많은 자영업자라고 써 달라던 50대 남성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달리 말하면 '가방모찌' 아닌가. 군수 후보로 내는 것은 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찍어주는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할 땐 꼴찌 비스무리하게 했다 카던데… 공천 받았는기 좀 께림칙한기 있지요"라고 말한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무소속 중에선 가장 앞서 있다고 알려진 기호 5번 장성욱 후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경선 컷오프 전 탈당한 것을 두고 "질 것 같으니 빠진 것 아니냐.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가"(이희진 후보 측)라는 의혹이 있었다.
읍내로 들어가는 작은 굴다리 밑엔 '청정 영덕 방문을 환영합니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선거전은 청정 영덕을 한껏 흐리고 있다.
약국네거리에 진지를 마련하지 않은 장 후보를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강석호 의원이 새누리당 경선에서 움직였느냐를 두고 여긴 반강(反姜) 정서, 반강 여론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영덕에선 처음으로 '무소속 바람'을 말하고도 있습니다. 도와주는 분들도 많고요. '아직 얼굴도 못 봤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 게 약점인데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하면 선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후보는 유세 중간 '사랑해요 영덕휴게소'에서 짬을 내 만났다.
"여론조사는 공정했습니다. 원래 당원(5) 대 일반여론조사(5)라는 (제게) 유리한 룰에서 후보들이 요청해 일반여론조사 100% 반영으로 바꿀 때 다 내려놓는 심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군민이 저를 선택한 이유는 '행정공무원 출신 군수는 안 된다' 그거 하나예요. 경북에선 최연소 후보고… 저는 깨끗합니다."
영덕군수 선거전은 새누리당 지지가 세냐, 반강석호 바람이 세냐의 싸움으로 회자한다. 새누리당 텃밭으로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지지율 2위를 기록한 곳이다.
영천 이씨인 이 후보는 영덕초'중'고를 나와 문중과 동문회 지원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 토박이론을 앞세운다. 당에 오래 몸담아 조직 면에서 앞선다. 1992년 고 김찬우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김광원 강석호 의원 등 지역구 의원을 보좌하며 22년간 의정활동에 동참했다. 영덕군민의 보좌관을 자처하는 그는 선거판에서 보면 '선거 프로'다.
장 후보는 경력과 인맥을 내세운다. 인재론이다. 7급 공무원 공채를 시작으로 행정안전부를 거쳐 문경시장 권한대행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 문경 부시장을 역임했고 선거판에 뛰어들기 전까지 경북도청 감사관이었다. 선거판엔 처음이다.
영덕휴게소에서 만난 70대 어르신은 "우리는 1번이제, 확 찍어주꾸마"라고 이 후보의 손을 잡았다. 부동산업을 하는 40대로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이렇게 훌륭한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인물은 처음이다. 주민에게는 기회"라며 장 후보를 지지했다.
영덕을 돌다 보니 두 후보 모두 '강석호'라는 지역구 의원 이름을 더 많이 들었던 듯하다. 김성락 전 영덕군 기획감사실장, 조두원 전 구미경찰서장, 장성욱 영덕군수 예비후보, 김기홍 새누리당 도의회 원내대표 등 군수와 도의원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강 의원 비토 여론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인구 4만 명에 3만5천 유권자가 1개 읍, 8개 면에서 살고 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기가 참 힘든 이곳, 영덕군수를 놓고 박병일'오장홍'황승일 무소속 후보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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