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불구경'하다 33억 물어준 달성군청

대구 달성군이 전천후 게이트볼장을 만들면서 해당 부지에 대한 사전조사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시공업체에 33억원이 넘는 혈세를 공사비로 물어준 것(본지 21일 자 8면 보도)과 관련, 이런저런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달성군 현풍면 성하리 게이트볼장이 들어선 자리는 지난 수십 년간 동네 주민들과 인근 기업체들이 너도나도 쓰레기를 갖다버린 상설 쓰레기장이었다. 한마디로 행정기관의 방치 속에 불법으로 조성된 쓰레기장인 셈이다. 인체에 온갖 유해한 물질을 생성하는 쓰레기가 14만4천㎥(15t 트럭 1만7천 대 분량)나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지역민들은 몹시 놀라고 있다.

달성군은 현풍 사람들이라면 아이들조차 "이곳은 옛 쓰레기장 부지"라고 얘기할 정도인데도 그 어떤 점검도 없이 이곳에 게이트볼장을 짓겠다며 덜컥 시공업체를 선정한 뒤 공사에 나섰다. 공사를 시작하마자 굴착기에 끝도 없이 퍼 담겨 올라오는 쓰레기를 감당 못 한 시공업체는 달성군을 상대로 법정 최종심까지 가는 소송을 벌였고, 결국 33억2천만원을 배상받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달성군청 공무원들의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찬물 세례가 쏟아진 셈이다.

지자체들은 앞뒤 보지 않고 무사안일로 업무를 추진하다가 상대편에서 이의를 제기해 오면 면피용으로 소속된 고문변호사를 내세워 '지면 그만, 이기면 다행' 식으로 소송에 대응해왔다. 팔짱을 낀 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는 일이 다반사다. 상당수 주민들은 현풍 게이트볼장 사태와 관련, "앞으로 지자체가 시행하는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해 혈세를 낭비하게 될 경우, 해당 공무원 문책은 물론 손실액에 대한 구상권까지 행사할 만큼 강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현풍 게이트볼장은 현직인 김문오 군수가 취임하기 전에 이뤄진 사업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민들의 선택(무투표)을 통해 다시 민선 달성군수로 재취임이 확정된 김 군수는 이 같은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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