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텃밭 가꾸기와 자녀 양육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일은 자녀를 양육하는 일과 비슷한 점이 아주 많아 서로 비교해 보았다.

1. 초보자일수록 싹이 트면 신기해하고 수확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크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기르다 보면 싹이 나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벌레가 꼬여도 대처하는 태도가 의연해진다. 결혼하고 첫아이를 낳고 기르면 뭐든지 신기하고 놀랍고 기대하는 바도 크다. 커서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뒷바라지해서 남부럽지 않은 자녀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첫째한테 들이대는 잣대는 높고 막내에게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

2. 퇴비도 거름도 적당히 줘야지 건강하게 자란다. 좋다고 많이 주다 보면 오히려 시들시들해지고 뿌리가 썩어간다. 자녀의 경우도 똑같다. 좋은 것만 주다 보면 정작 아이는 역경에 대처하는 능력은 없어지고 유약해진다. 채찍과 당근도 적절한 시기가 있고 어느 것도 넘쳐서는 안 된다.

3. 주변에 꼬이는 벌레를 잡기 위해 약을 과용하면 식물까지 죽인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 주변의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모가 자꾸 막으려고 들면 아이는 부모에게 마음을 닫아버리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4.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자란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자녀의 행동을 항상 주시하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고 부모는 뭔가 더 해줘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면 아이들은 마음이 답답하고 일탈하고 싶어진다.

5. 어린싹일수록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라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진다. 아이들도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6. 햇볕을 많이 쬐고 비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커야 튼튼해진다. 온실이나 화분에서 자란 식물보다 비바람을 맞고 땅에서 자란 식물의 잎사귀가 훨씬 두껍다.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면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한 아이들에 비해서 자주적이므로 어려움에 잘 대처한다.

7. 엄청난 정성이 든다.

8.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자식이 자는 모습만 봐도 뿌듯하고 그냥 쳐다만 봐도 좋다.

9. 인터넷에 나온 방법이 다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텃밭 가꾸는 방법을 찾으면 같은 정보를 복사하고 또 하다 보니 틀린 정보가 난무한다. 텃밭을 가꾸는 데도 나름대로 창의력이 필요하다. 기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주는 퇴비도 다양하다.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달려 있다. 아이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를 참고하여 자녀 양육에 대한 태도가 어떤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윤은영(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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