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칠곡군 왜관읍 왜관시장. 장이 선 날이라 시장 안팎엔 주민과 상인이 뒤섞여 시끌시끌했다. 백선기 새누리당 칠곡군수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지켜보는 60대 어르신께 "백 후보 어떠냐"고 물었다.
"백 군수가 군수질 얼마 못했을꺼럴. 그래가, 하던 사람이 하는 기 안 낫겠나 하는 말들을 하제. 벨로 못한 거도 없고 잘한 거도 모르겠고…. (재선거로 2년 6개월 군정을 이끌어) 뭐라 팽가하기가 힘들제.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사람들이 있지."
선거에 무심한 다른 지역과 칠곡은 달랐다.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의견, 주장, 선동에 귀를 세우면서도 박수는 아꼈다. 동원되지 않은 주민임을 알 수 있었다. 리어카에 과일을 싣고 온 할머니는 "여(기)는 항상 시끄럽제. (군수) 될 때도 시끄럽고, 되고도 시끄럽고…. 그래서 누가 (군수) 될지 관심이 더 많지"라고 말했다.
'중단 없는 군정'을 읍소하며 군정의 연속성을 강조한 백 후보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신을 향한 두 가지 문제제기에 적극 항변했다. 2011년 지방선거 후보자 매수사건에 연루된 백 후보 관계자의 벌금 5천만원을 군예산으로 낸 것을 두고, 그는 "송사에 휘말린 것은 군수로서 군민들께 크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벌금은 관련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칠곡군이 왜관 제3일반산업단지에 1천270억원의 채무보증을 한 것은 "큰 수요가 있는데 사업 진척이 안 되니 미분양 보장 조치를 취했다. 단 하나도 분양 안 될 때 1천270억원을 부담한다는 것인데, 현재 45만5천800여㎡(15만 평) 규모에 95만8천600여㎡(29만 평)의 수요가 발생했다. 합리적인 우선분양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지난 임기 동안 710억원 군 빚 중에 432억원을 갚았다"고 했다.
백 후보의 상대는 무소속 단일후보다.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한 송필각, 안종록, 임주택, 배상도 후보 등이 '칠곡군민 권리회복운동추진본부'를 만들어 조민정 무소속 후보를 추대했다. 백 후보는 "한마디로 한심하다. 지역 화합, 안정, 발전에 나서야 할 지역 어른들이…이런 선거풍토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칠곡군에선 '1번 도로'로 불리는 중심가가 있다. 그 한쪽에 자리한 조 후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조 후보는 "송 전 후보는 부인까지 나서서 저를 돕고 있고, 임 전 후보 참모들이 저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배 전 후보는 전화로 저를 홍보해준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장세호 전 칠곡군수의 부인이다. 장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군수직을 잃자, 조 후보는 2011년 재선거에 나섰다. 서울 숙명여고 무용 교사였던 그는 그렇게 정치판에 뛰어들었고, 칠곡에 터를 잡고 권토중래했다.
조 후보에게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우선 '장 전 군수가 청정수렴할 것'이란 우려다.
"누가 그러시더라고요. '한 사람 월급을 주고 두 사람을 쓰면 얼마나 좋은데'라고요. 제가 장세호의 아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제가 로봇은 아님은 강조하고 싶네요."
장 전 군수가 군수직을 잃으면서 갚아야 할 선거보전비용 7천만원을 갚지 않고 있다는 말도 있더라고 전했다. 조 후보는 "형편이 안돼 못 갚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칠곡군은 새누리당 여성우선 추천지역이다. 조 후보는 여성 가산점을 받았지만 경선에서 졌다. 당으로선 경선 불복이라고 불쾌해하고 있지만 선거관리위가 경선을 관리하지 않아 법적으론 문제될 게 없다. 조 후보는 "약속을 어긴 게 맞다. 고민이 컸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 저를 희생했다"고 말했다.
사무실 건너편엔 아주머니 세 명이 집에서 기른 듯한 채소를 팔고 있었다. "조민정이가 안 되겠나. 박근혜 대통령도 잘하고 있는데, 칠곡도 여자가 해도 잘할 거 같다"고 한 분이 말하자, "그럼. 남정네들에게 맡기니 만날 이 모냥이구만"이라고 말을 받았다. "그짝들(떨어진 경선 후보)도 다 (조 후보를) 돕는다두만. 잘 허겠지"라고도 했다.
칠곡군은 네거티브 선거전도 마다치 않고 있다.
백 후보의 부인과 장세호 전 군수는 같은 장 씨로 인척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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