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점을 보인다는 것은 야구 통념 가운데 하나다. 물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왼손 투수가 오른쪽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게 던지는 바깥쪽 공은 타자의 몸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치더라도 배트의 끝 부분에 맞을 가능성이 크다. 좌타자가 언더핸드 투수에게 강하다는 '상식'도 비슷한 원리다. 경기 후반 박빙의 승부에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좌타자를 상대하도록 감독들이 좌완 원포인트 구원투수를 등판시키는 이유다.
하지만 좌투수의 공을 잘 치는 좌타자도 있다. 태생적인 한계를 자신만의 확실한 타격 메커니즘으로 극복하면 가능하다. 지난해 생애 최악의 부진을 딛고 부활한 삼성 라이온즈의 '국민타자' 이승엽이 그렇다.
28일 현재 이승엽의 올 시즌 타율은 0.304다. 그런데 좌투수를 상대로는 66타수 25안타를 때려내 타율 0.379를 보이고 있다. 우투수 상대 91타수 22안타 타율 0.242, 잠수함 투수 상대 11타수 4안타 0.364보다 더 좋은 기록이다. 홈런 역시 총 9개 가운데 6개를 좌완, 2개를 우완, 1개를 언더핸드 투수에게서 뺏어냈다. 이승엽은 앞서 21일 포항 경기에선 롯데의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 7대5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이승엽은 28일 잠실 LG전에서도 일반적인 통념이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보여줬다. '희생양'은 국내 최고 좌완 클로저인 봉중근이었다. 4대2로 LG가 앞선 8회 2사 후 봉중근은 승리를 굳히려고 등판했다. 삼성으로서는 전날 패배로 7회 리드 시 이어온 144연승 기록이 깨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2연패를 당할 위기였다.
이승엽은 그러나 자신이 왜 스타인지를 실력으로 입증했다. 최형우의 2루타, 박석민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봉중근의 낮은 쪽 직구를 걷어올려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전날 4타수 무안타에 이어 이날 직전 타석까지 7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한 번에 날려버린 역전 3점포였다.
이승엽의 아치로 승부의 추를 돌려놓은 삼성은 9회 2점을 보탠 뒤 안지만'차우찬'임창용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을 투입, 7대4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전날 경기에 아쉽게 패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며 "이승엽의 홈런 순간에는 등골이 찌릿찌릿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오랜만에 부드럽고 강한 스윙이 나왔다"면서도 "기회를 만들어 준 최형우와 박석민이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한편 목동에서는 넥센이 강정호의 역전 만루홈런을 앞세워 SK를 7대5로 물리쳤다. 대전에서는 NC가 한화를 18대1로 대파했다. 광주에선 두산이 9회에만 7점을 뽑은 뒷심으로 KIA를 10대6으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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