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쫙 퍼진 '유병언 관심'

한때 거주하며 사업 기반…모임서 선거보다 더 화제

27일 오후 7시쯤 대구 중구 계산동의 한 식당. 텔레비전에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48) 씨가 프랑스 현지에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를 보며 손님 10여 명은 한 마디씩 거들었다. 한 중년 남성이 "검찰에서 이번 주 안에 잡는다고 했다"고 하자 일행 중 한 명은 "밥 다 먹고 검찰이 유병언 잡기 전에 5억을 벌러 가자"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식당 안 분위기는 유 전 회장이 어디에 숨었는지, 언제쯤 검거될지 등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식당에 모인 사람들에겐 10일도 채 남지 않은 6'4 지방선거보다 유 전 회장의 검거가 더 큰 이야깃거리였다.

대구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유병언 씨 부자에 걸린 현상금과 그들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이렇게 대구 사람들이 유 씨 부자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 유 씨가 여섯 살 때부터 대구에 정착했고 지역의 고등학교를 나왔을 뿐 아니라 종교와 사업의 기반 역시 대구에서 닦았기 때문이다. 그의 장남 대균(44) 씨도 대구의 모 중학교에서 운동선수로 활동했고 지역대학 미대를 다니면서 조각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등 이래저래 대구와 연관이 깊다.

유 씨 일가와 관련된 부동산이 있는 남구 대명동. 이곳의 한 주민은 "경찰이 밤낮으로 순찰을 다니는 통에 밤길 걱정은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다른 주민 이모(63) 씨는 대균 씨 이름으로 된 주택을 가리키며 "빨리 붙잡아야 하긴 하지만 저기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됐는데 왜 이렇게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26일 오후 8시쯤엔 구원파 계열로 알려진 대명동 한 교회 주변 골목이 시끄러워졌다. 경찰이 골목 벽에 유 씨 부자의 수배 전단을 붙이는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수배전단을 붙이려는 경찰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주민이 승강이를 벌였다. 경찰은 결국 반대하는 주민의 집 담벼락은 제외하고 전단을 붙였다.

이에 앞서 25일 검찰이 유 씨 부자에 대한 신고보상금을 총 6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유병언 로또'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역대 최고액 현상금인데다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세금도 떼지 않고 전액 현찰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최근 고교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했던 강미란(55) 씨는 "모임에서도 친구들이 살림살이를 놔두고 순천으로 가자는 이야길 할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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